구 공주의료원 리모델링 예산 32억원 편성
실제 필요한 예산은 114억원으로 조사돼
시민단체ㆍ의회 사과 및 사업 원점 재검토 요구
공주시, 일부 부족한 점 인정, 시민 의견 수렴해 추진 방침
충남 공주시의 원도심 활성화 핵심 사업인 공주의료원 리모델링이 주먹구구 행정 탓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예산을 30여억원으로 대충 편성했다가 막상 공사를 하려고 보니 100억원이 훌쩍 넘는 예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일 공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이전해 비어있는 구 공주의료원을 전시, 학습관 등으로 꾸려 원도심을 활성화하겠다며 지난 4월 32억원을 1차 추경예산안에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당시 시민단체들과 여러 시의원들이 조급하게 사업을 진행할 게 아니라 건물 상태 파악 등 충분히 준비를 한 뒤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시는 사업 추진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고, 예산안은 우여곡절 끝에 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시의 이런 무리한 행정은 금방 문제를 드러냈다. 실시설계 용역을 한 결과 23억원을 편성했던 건축공사는 46억원으로 배 가까이 늘고, 6억원으로 예상했던 전기공사는 3배에 육박하는 16억원이나 필요한 것으로 나왔다. 소방 분야 예산도 8,000만원에서 9배에 달하는 7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는 등 리모델링에 필요한 총 예산은 114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조사를 해보니 설비가 너무 노후돼 전체를 다시 교체해야 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가 추가 설치를 계획하고 있는 인물역사관 등의 예산 20여억원을 포함하면 실제 리모델링에 필요한 예산은 130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런 황당한 일이 생긴 것은 공주시가 실제 상황을 고려치 않고, 일반 리모델링 비용을 참고해 예산을 허술하게 편성했기 때문이다. 의료원은 특수 시설인 데다 건물을 지은 지 40년이나 된 만큼 사전에 철저히 소요 예산을 따져봐야 했지만, 일반 건물의 면적 등을 참고해 내부 칸막이나 인테리어 등을 하면 된다고 대충 판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등 공주지역 3개 시민단체는 “공주시 집행부의 주먹구구식 행정이 초래한 참사”라고 비판하며 오시덕 공주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조급히 사업을 진행할 게 아니라 안전진단 등 기초 조사를 먼저 시행해 명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며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세운 계획과 예산이 부실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130억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붓는 사업에 공론화 과정도 없었다고도 꼬집었다.
공주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6명도 성명을 통해 “공주시가 시민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막고 있다. 오 시장과 공주시 집행부의 불통행정으로 구 공주의료원 활용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이 사업과 관련한 소통기구를 꾸리고, 활용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주시의회 김동일 의원은 “이미 1차 추경 예산안을 냈을 때부터 시간을 두고 준비를 충분히 한 다음 추진해야 하다고 했지만 시는 사업 추진에 열을 올렸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성과를 내려고 서두르다 보니 벌어진 일로 볼 수도 있다”고 시 집행부를 나무랐다. 김 의원은 “공주의료원 이전은 이미 4년 전 확정됐고, 지난해 9월 이전했다. 시간적으로 공주시가 이것저것 현황을 꼼꼼하게 준비했다면 이번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주시 관계자는 “애초 추경 예산안에 구 공주의료원 리모델링 사업 예산을 편성할 때 일부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사업 추진을 위한 여러 사항을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동 지역 주민설명회를 가진 뒤 이달 중 공청회 등을 열어 리모델링을 할 것인지, 철거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들어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라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