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북한 수역에서 어로 작업 중 나포됐다가 돌아온 흥진호 사건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연일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한국당은 연락두절이던 흥진호가 북에 붙잡혔다가 풀려난 사실을 언론 보도로 처음 알았다는 당국자 발언을 문제삼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험에 처했는데 정부는 뭘 하나”라고 성토한다. 1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중 치켜든 플래카드에도 ‘북 나포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고 쓴 문구가 있었다.
정부합동조사에서 흥진호는 복어잡이 조업을 위해 울릉도를 출발할 때부터 위치 확인이 가능한 선박자동입출항장비(V-PASS)의 전원을 끈 것으로 드러났다.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 선장이 애초에 감시망을 피해 월경 조업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되고, 실제 한일공동어로수역에서 북한 해역으로 약 85㎞나 들어가 20시간 가량 머물렀다. 북한에 나포된 시점에서 선주는 상황을 묻는 해경에 선장과 통화한 결과라며 “독도 북동쪽에서 조업 중이며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사건의 1차적 책임은 당국의 감시를 피해 불법 조업한 선장에 있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실종 후 정부의 대응이 충분했다고는 하기 어렵다. 연락 두절 신고를 받은 뒤 해경은 동해 경비를 맡은 해군 제1함대사령부를 비롯해 청와대 총리실 해수부 국정원 등 관계 부처에 통보하고 함정과 항공기로 수색 작업도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조난이 아니라 나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어떤 확인 작업을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조사를 통해 이 과정에서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밝히고,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만 야당이 국감 막바지에 이 문제를 두고 정부를 맹비난하더니 정쟁으로까지 끌고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부실을 꼬집어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선원들과 어선이 억류되어 있거나 피해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정부가 대단한 실정이라도 한 것처럼 물고 늘어질 일인지는 의문이다. 동해와 서해에서 우리 어선의 불법 어로 예방ㆍ감시 활동이 좀 더 촘촘해질 필요는 있다. 물론 어민들이 작정하고 나선다면 다 막아 내기는 어렵다.
연락 두절 선박은 조난ㆍ침몰이 아니라면 이번처럼 나포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해경이나 국방부, 통일부 등 관련 당국에 북한과의 소통 채널이 있다면 나포 여부는 금세 확인할 수 있고, 수색을 위한 막대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흥진호 사건은 남북 소통 복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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