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을 위해선 향후 30년간 총 1조 2,000억달러(약 1,337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미 연방기관 보고서가 나왔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마련된 이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예산 규모가 현 정부 들어 공식 발표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과다 지출’이라는 비판은 물론, ‘노후한 무기체계 대체 작업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마저 나와 향후 미 국방부와 의회 사이에서 팽팽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 의회예산국(CBO) 보고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폭격기 등 ‘핵보복 3원체제(triad)’의 현대화 작업에 1조 2,000억달러가 요구된다고 추정했다. 기간은 2017년부터 2046년까지이며, 이는 오바마 정부 시절 공개됐던 이전 예측 비용(20년간 4,000억달러)보다 훨씬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예산 규모의 현실성은 물론,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일단 이 정도 규모의 예산 배정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핵 정책 컨설턴트인 스티븐 슈워츠는 “이 예산안이 통과된다면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미국이 가장 많은 돈을 핵무기에 쏟아붓는 것인데,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CBO 또한 “한정된 국방예산 안에서 이를 가능케 하려면 결국 다른 부분에서의 삭감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에드 마키(민주당) 의원은 “예산상의 혼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불필요하고 불안정한 핵무기 시스템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반대로, ‘적절한 예산’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클로드 채핀 공화당 군사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에서 “가격은 적정하고 (핵무기 현대화) 사명은 긴급하다”면서 예산 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애덤 스미스(공화당) 미 하원 군사위원회장은 보고서 내용에 찬성한다면서 “(그러나) 의회는 이런 노력에 어떻게 제대로 된 예산을 제공할 수 있을지 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고 민주당 측의 반대를 우회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향후 추진과정에서 투입예산이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조 5,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CBO 분석 결과는 오바마 정부 때의 계획에 근거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핵무장 강화’도 주문하고 있어 예산규모가 더욱 불어날 수 있다. 그의 지시를 반영한 ‘핵태세 검토(NPR)’ 보고서는 내년 1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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