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오늘은 오셨네요” 인사에
홍준표 “여기는 국회니까요”
여야대표에 한중관계 설명하며
“외교, 시간 좀 주고 기다려달라”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대표들을 만나 협치의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야당 대표들은 선거법 개정과 협치 부족 등 쓴 소리만 이어가며 긴장감을 유지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초심을 강조하며 우호적 제스처를 취하는 문 대통령에게 장례식 복장을 한 채 항의 현수막을 드는 등 저항하는 모습만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의장실에서 국회의장단 및 여야 대표들을 만나 한국 외교의 특수성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한중관계 회복에 관한 내용을 발표했는데 이제 시작으로 생각한다”며 “외교는 그때그때 다 보여드릴 수 없는 속성이 있다. 물밑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시간을 좀 주시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정책에 대한 여야의 각별한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 대표들은 협치 부족 등을 지적하며 날을 세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개헌과 선거법 개정에 대해서 청와대가 의지를 갖고 역할을 해달라”고 건의했으며, 같은 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야당과 소통하고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정책을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역시 “최저임금 인상과 공무원 증원에 반대한다”는 입장만 내놓았다.
환담 자리에는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연이어 거부했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를 향해 “오늘은 오셨네요”라고 인사를 건넸고, 홍 대표는 “여기는 국회니까요”라고 대답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문 대통령은 “홍 대표가 미국에 다녀온 것에 대해 따로 대화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홍 대표는 “나중에 기회 되면 말씀드리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 당일에 착용했던 감색 양복 차림에다 넥타이도 푸른색 계열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취임식 당시 입었던 양복을 입고, 넥타이도 같은 색상으로 골랐다”며 “초심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은 검정 넥타이에 정장, 근조 리본까지 달고 대통령과 본회의장에서 마주 섰다. 한국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영방송 장악 음모 밝혀라!” 등 세 개의 현수막을 단체로 들고 일어서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당의 집단 항의에도 본회의장을 퇴장하면서 한국당 의원들이 포진한 통로를 선택해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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