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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갑질 신고하세요… ‘을’의 반란 돕는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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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갑질 신고하세요… ‘을’의 반란 돕는 119

입력
2017.11.01 16:5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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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직장갑질119'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직장갑질119'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당행위 온라인 상담·고발까지

노무사·변호사 등 241명이 도와

유명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에서 6개월여간 막내작가로 일한 황민주(28ㆍ여)씨는 상사인 메인PD의 상습적인 폭언에 시달렸다. “고작 이따위로 일하느냐” “당장 잘라버리겠다”는 핀잔과 협박이 계속됐지만, ‘을 중의 을’인 황씨는 재계약이 안될까 걱정돼 제대로 된 항의도 하지 못했고, 어느 한 곳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이처럼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상사의 폭언ㆍ폭행, 부당한 업무지시, 임금체불 등을 당하고만 있는 직장인들을 위해 온라인 상담과 필요 시 고발까지 해 주는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출범을 선언했다.

노동전문가부터 변호사, 노무사 등 무려 241명이 참여한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날 출범과 함께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710명을 설문조사해 공개한 내용에는 노동자들의 괴로운 현실이 그대로 묻어났다. 해고위협(12.1%), 차별대우(20.3%), 인격무시·언어폭력(21.7%)를 당하고,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의 신체폭력을 받은 비율도 6.8%나 됐다.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을 때 동료들과 집단 대응을 하거나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응답자는 15.7%에 불과했다. 대부분 모른 척 하거나 참고(41.3%), 회사를 그만두거나(12.3%) 인터넷에 물어보는(8.5%) 수준이었다.

한국의 노조조직률은 지난해 기준 10.2%에 불과하고,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은 고작 2.0%여서 황씨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직장갑질119은 241명 전문가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인터넷사이트(gabjil119.com)에서 직장인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필요 시 고용부, 인권위,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기관에 고발도 한다. 업종별 온라인 모임을 만들고 우선 방송사 비정규직, 정보통신(IT) 노동자, 콜센터상담원 등을 ‘직장 갑질 집중해결 10대 업종’으로 선정해 관련 종사자들의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직장갑질119 결성을 제안한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노무사는 “서비스업종의 증가, 하청ㆍ외주화 진행 등으로 직장인끼리도 서로 얼굴을 맞댈 일이 없어져 고민 공유와 해결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같은 고민을 하는 직장인들을 모으면 개선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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