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우월주의 옹호 등 잇단 논쟁적 발언… 백악관 조율사 기대감 깨져
좌충우돌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내 ‘브레이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무리한 논란성 발언을 연이어 터트리며 입길에 오르고 있다.
켈리 실장은 30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방송의 ‘로라 잉그레이엄 쇼’에 출연해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장군인 로버트 리를 “명예로운 인물”로 칭했고 “남북전쟁은 노예제를 없애려는 북부가 남부와의 협상에 실패하면서 일어난 것”이라 발언, 워싱턴 정가와 역사학계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신봉자들인 ‘백인 우월주의’ 진영의 논리를 옹호한 격이기 때문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런 양상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니제르에서 전사한 미군 유족을 모욕했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켈리 실장은 19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애도에 최선을 다했다고 옹호했고 문제를 제기한 프레데리카 윌슨 민주당 하원의원(플로리다)을 향해서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30일 폭스 인터뷰에서도 이 발언에 “절대 사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켈리 실장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나의 장군”이라 부르며 신뢰하는 인물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한 움직임을 통제하는 ‘상식파’로 불려 왔다. 지난 여름 보좌진의 연이은 실책으로 백악관이 혼란에 빠졌을 때 국토안보부 장관에서 백악관으로 이동한 켈리 실장은 좌충우돌하는 ‘애국주의파’를 단속하는 ‘어른’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WP는 현재 켈리 실장의 모습은 ‘어른’이라기보다는 ‘호위무사’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렸다. 빌 클린턴 정부 때 백악관 비서실장, 버락 오바마 정부 때 국방장관을 지낸 리언 패네타는 “그는 훌륭한 해병이었으나 정치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군 출신인 켈리 실장이 백악관 내부를 장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막후에서 업무를 조율하며 어울리는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지 못하고 지나치게 자주 전면에 나선다는 지적이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전 백악관 관계자는 WP에 트럼프 대통령이 켈리 실장의 공개적인 정치행보에 만족하고 있다며 “켈리 실장이 트럼프 백악관이라는 ‘벙커’에서 외부와의 총격전을 담당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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