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롯데 비리 엄벌 불가피”
징역 10년ㆍ벌금 3000억 구형
“신동주에게 390억 월급 준 거 기억하십니까. 잘못된 거 인정하십니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김상동) 심리로 1일 열린 롯데그룹 총수일가 비리와 관련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결심공판에서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재판장이 귀가 어두운 95세 신 총괄회장을 배려해 마이크에 대고 고함치듯 질문했다. 중증 치매를 앓는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 등 다른 가족과 함께 재판을 진행하기 어려워 분리, 진행돼 왔다.
의사소통이 힘들었던 지난 공판과 달리 신 총괄회장은 이날 잠시 정신이 또렷한 모습을 보였다. 재판장이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월급 준 일에 대해 묻자 “문제가 안 돼. 회사에서 일을 했으니까”라고 답했다.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은 인지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왜 재판을 받냐. 회사 일을 하고 봉급을 받는 게 왜 횡령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셋째 부인인 서미경씨와 서씨 딸 신유미씨에게 월급 준 사실에 대해선 “일 안 한 사람한테 돈 준 적 없어. 간접적으로 다 일 했어”라고 말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사건 성격과 범행 전반에서의 지위와 역할, 취득한 이득 규모를 고려하면 연령과 건강상태를 감안해도 엄중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신 총괄회장 측 변호인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도 신동주나 신동빈에게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그들의 기술이나 상표도 한국 회사에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며 “한국 경제를 성장시킨 애국심과 경영철학을 욕되게 하지 말고 경제계 거목이 조용히 물러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롯데 오너일가 전원에 대해 다음달 22일 일괄 선고할 예정이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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