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표적 보이스피싱 경보, ‘주의→경고’ 격상
피해 여성 가운데 사무직ㆍ전문직이 45%
“전문직일수록 자신은 범죄 무관하다고 생각, 수법ㆍ예방법 관심 적어”
중학교 교사인 A(27ㆍ여)씨는 10일 검찰 수사관이라는 남성으로부터 “당신 계좌가 불법 자금 사건에 연루돼 오늘 조사받지 않으면 구치소에 수감될 것”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검찰청 공문까지 받은 A씨는 “계좌에 있는 돈이 불법 자금인지 확인이 필요하니 모두 현금으로 출금해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전달하라”는 남성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결국 “은행 직원도 사기에 연루돼 있으니 은행에도 이 사실을 알리면 안 되고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할 수 있으니 모두 달러로 환전하라”는 남성의 당부에 계좌에 있던 2,400만원을 찾은 후 달러로 환전, 금감원 직원이라는 남성을 직접 만나 전달했다. 하지만 검찰청 공문도, 검찰 수사관, 금감원 직원이라는 신분도 모두 가짜였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당한 것이다.
20ㆍ30대 여성을 표적으로 한 공공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과 금감원은 1일 “젊은 여성을 표적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자주 발생해 소비자경보를 ‘주의’(4월)에서 ‘경고’로 격상했다”고 밝혔다. 소비자경보는 ‘주의-경고-위험’ 3단계로 이뤄진다.
20ㆍ30대 여성은 경찰ㆍ검찰ㆍ금감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특히 취약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공공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가운데 20ㆍ30대 여성은 2017년 1분기 74.2%, 2분기 73.4%, 3분기 68.7% 등 꾸준히 70% 수준을 차지했다. 피해자 가운데는 사무직ㆍ전문직도 상당수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9월에만 1,000만원 이상 피해를 본 공공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20ㆍ30대 여성이 총 86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일반사무직과 교사ㆍ간호사 등 전문직이 절반 가까운 약 45%에 달했으며 피해 금액도 총 7억7,000만원에 이르렀다.
경찰청 관계자는 “(20ㆍ30대 여성의 경우) 사회 초년생으로 사기 사건 등 범죄사례에 대한 직간접적 경험이 없어 사기에 대한 의심이 적은데다 스스로 전문직이라고 생각할수록 자신은 범죄와 무관하다고 생각해 평소에 범죄수법이나 예방법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수사기관을 사칭한 사기범은 외화로 환전해 인출하고 은행 직원이 인출 목적을 묻는 경우 ‘유학자금 또는 해외여행 자금이라고 말하라’고 지시하기도 한다”며 “공문서라며 소환장, 확인서 등을 제시하거나 인터넷 주소를 알려주는 경우도 가짜이기 때문에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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