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국./사진=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인 고(故) 이형기가 쓴 ‘낙화’에는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아름다운 은퇴’는 대부분의 스포츠 선수들은 꿈꾸는 바다.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38ㆍ전북 현대)에게도 ‘아름다운 은퇴’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동국은 현역 은퇴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축구 국가대표팀 은퇴는 기정사실에 가깝다. 신태용(47)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달 30일 이달 열리는 친선경기 콜롬비아전(10일)과 세르비아전(14일)에 나설 대표팀 명단 23명을 발표하면서 이동국을 제외한 배경에 대해 “내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앞에서 뛰어주고 싸워주고 부딪쳐줘야 하는 데 대한 의문점이 남았다. 좋은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하면 여론의 뭇매도 맞을 수 있다. 그는 K리그 영웅이다. 아름답게 보내줘야 한다. 이제는 놓아줘야겠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앞서 ‘1기 신태용호’ 명단에 포함돼 이란전(8월31일)과 우즈베키스탄전(9월5일)에서 그라운드를 밟았다. 당시 그의 나이는 38세 4개월이었다. 고(故) 김용식이 1950년 4월 15일 홍콩전에서 작성한 기록(39세 274일)에 이어 역대 2번째 최고령 대표선수 기록이다.
이동국은 불혹을 눈앞에 뒀다. 19세의 나이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처음 참가했던 그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출전에 이은 3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 도전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대표팀뿐 아니라 그가 축구화를 완전히 벗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이동국은 지난 달 29일 펼쳐진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33분 짜릿한 골을 기록하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전북은 21승9무6패 승점 72가 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그는 경기 후 “은퇴는 시즌이 끝난 뒤에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올 해 은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은퇴를 고민해왔다. 그는 지난 6월 본지와 통화에서 은퇴시기와 관련해 “당장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올 시즌까진 일단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동국은 성공한 축구 스타이지만, 정작 그는 가족과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축구를 하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전북과의 계약이 올 시즌을 끝으로 만료되는 것도 그의 은퇴에 힘을 싣고 있다.
신 감독이 이동국을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하기까지 둘 간의 연락이 오고 갔을 수 있다. 신 감독은 1기 명단 발표를 앞두고 이동국에게 전화를 걸어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줄 것을 요청했다. 신 감독이 3기 선수들을 발탁하는 과정에서 이동국과 대화를 했고 이동국이 은퇴에 대한 고민으로 고사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북이 우승한 날은 신 감독의 명단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달 29일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추측이 가능하다. 선수들을 배려하는 신 감독의 성격을 고려해도 그렇다.
이동국이 은퇴할 경우 한국 축구는 물론 K리그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데뷔한 이동국은 K리그 통산 가장 많은 200골을 넣었으며 사상 최초로 ‘70(득점)-70(도움) 클럽’에 가입했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과거 K리그의 인기를 언급하면서 “누구나 아는 K리그 선수는 아마 이동국 정도가 유일할 것”이라고 까지 말했다. 이동국의 화려한 축구 인생이 아름다운 이별로 매듭지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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