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하루 만보씩 걸으면 보험가입자가 건강관리를 잘했다고 보고 이듬해 보험료를 5% 깎아주는 상품이 나온다. 이른바 보험계약자의 건강관리 노력을 반영해 보험료를 깎아주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이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들이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판매 기준 등을 담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이 이달 중순부터 시행된다고 1일 밝혔다. 보험사들은 가이드라인 시행시기에 맞춰 관련 상품을 출시한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해외에선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이 이미 널리 퍼져있다. 보험가입자는 건강관리만 잘하면 보험료를 할인 받을 수 있고 보험사로선 계약자의 조기사망 확률이 낮아지면 그만큼 손해율을 낮출 수 있어 관련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보험계약자에게 건강등급을 부여한 후 계약자의 노력으로 건강 등급이 개선되면 그만큼 보험료를 깎아주거나 보장 보험금을 높여주는 상품이 여럿 나와 있다. 중국의 중안보험은 당뇨 환자가 혈당 수치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비흡연자에게 보험료를 깎아주는 상품은 있어도 건강관리 노력에 비례해 보험료를 깎아주는 상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행 법에선 건강증진형 상품에 대한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아 법적 리스크를 우려한 보험사들이 관련 상품 개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보험업계와 6개월 넘는 논의를 거쳐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판매기준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엔 보험사가 건강관리 노력을 기울인 계약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편익 범위, 건강관리 노력을 어떻게 측정하면 되는지 등의 기준이 담겨 있다.
금융위는 가이드라인 시행시기에 맞춰 대형 손해보험사 중심으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보험가입자의 건강관리 노력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없는 자동차보험, 재해사망보험을 제외한 사망보험,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 등을 건강증진형 방식으로 내놓을 수 있다. 보험사는 보험가입자에게 걸음수를 측정해주는 기능을 갖춘 웨어러블 기기 구매비용을 일부 보전해 줄 수 있고, 보험료 할인, 보험금 증액, 포인트 등을 편익으로 제공할 수 있다.
금융위가 보험사에서 받은 출시 예정 상품을 보면, 스마트워치와 연동해 연간 360만보(하루 1만보) 달성 때 이듬해 보험료를 5% 깎아주거나 이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상품이 나온다. 스마트폰에 걸음 측정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연간 300만보 이상 달성하면 모바일상품권(4만원)을 제공하는 상품도 있다.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내세운 상품도 나온다. 제휴 헬스케어 회사의 건강관리프로그램에 따라 건강지표를 달성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식이다. 당뇨 환자 전용 상품도 나온다. 당뇨환자가 일부 지수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면 보험료를 깎아주거나 보험료 할인분을 일시에 지급하는 상품이다.
가입자가 보험사가 정한 건강지표를 달성하면 보험료 할인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보험사가 보험료를 올리지는 못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매년 건강지표를 달성하면 계속해서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보험료가 인상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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