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퇴를 결정한 삼성전자 권오현(사진) 대표이사 부회장이 창립 48주년 기념식에서 후배들에게 위기감과 윤리의식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권 부회장은 1일 경기 수원시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사장단과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창립 기념식에서 “우리는 일부 사업의 성장 둔화, 신성장 동력 확보 지연 등 여전히 많은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며 “어쩌면 1위를 달성한 지금이 위기의 시작점일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수많은 1위 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하다 한 순간에 무너졌는데 우리도 사업재편, 경영시스템 변화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회장은 임직원의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외부에서 우리에게 더욱 높은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다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활성화되도록 열린 마음과 수평적 자세로 외부와는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달 13일 경영진 세대교체를 위해 스스로 사퇴를 결정했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부품(DS) 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직은 내년 3월까지여서 창립 기념사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삼성전자의 모태는 이병철 선대 회장이 1969년 1월 설립한 삼성전자공업이지만, 현재 삼성전자는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해 반도체사업을 본격화한 1988년 11월 1일을 창립일로 기념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다가올 10년은 사회와 인구구조,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혁신 등에서 엄청난 변화가 예상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고객의 요구도 한층 다양해질 것”이라며 “기존의 방식으로 일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과감한 도전과 기술혁신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체질을 갖춰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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