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11월에 가 볼만한 곳으로 단풍과 억새 여행지를 선정했다. 역사와 자연사가 어우러진 보은 세조길과 포천의 한탄강벼룻길도 포함했다.
▦고추장보다 빨간 순창 강천산 단풍
강천산 애기단풍은 순창 고추장보다 발갛다. 왕복 5km 맨발산책로만 걸어도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길이 평탄해 아이와 노약자,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맨발산책로에서 만나는 병풍폭포, 구장군폭포는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강천사, 삼인대, 수령 300년이 넘은 모과나무도 눈길을 끈다. 계단을 조금 오르면 강천산의 랜드마크인 현수교(구름다리)가 나온다. 순창 일대는 물론 담양 금성산성까지 보인다. 강천산 가는 길의 메타세쿼이아길도 가을빛이 멋지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에서 고추장 담그기 체험을 하고, 순창장류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은 순창 여행의 기본코스다. 읍내의 금산여관, 방랑싸롱, 순창농부의부엌, 일우당 등은 젊은 감성으로 주목을 끄는 곳이다.
▦왕의 휴양 행차길 보은 세조길
속리산은 고운 최치원의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는데, 사람이 산을 떠나는구나(山非離俗 俗離山)’라는 시에서 유래한 명산이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속리산은 한반도의 큰 산줄기 13개 가운데 한남금북정맥이 가지를 뻗어 내리고, 한강 금강 낙동강 물길이 나뉘는 분수령이다. 최고봉인 천왕봉(1,058m)을 비롯해 문장대, 입석대 등에는 장대한 바위가 솟구쳤다. ‘세조길’은 속리산의 험준한 산세가 품은 유순한 걷기길이다.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요양을 위해 신라시대 고찰 복천암으로 행차한 사실에 착안해 붙인 이름이다. 현재 세조길은 법주사 매표소에서 법주사까지 단풍이 아름다운 오리숲길을 지나 복천암 아래 세심정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시간과 체력이 된다면 세심정에서 복천암이나 비로산장까지 둘러봐도 좋다.
▦밀양 사자평고산습지 억새여행
사자평고산습지는 영남알프스의 중심부인 재약산 남동쪽 사면 해발 750m 부근에 형성된 국내 최대 산지 습지다. 다양한 생물이 서식해 2006년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한때 훼손 위기를 맞았으나, 2013년부터 복원 사업을 벌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표충사에서 사자평습지로 가는 등산로가 여럿이고, 영남알프스얼음골케이블카를 이용해 천황산과 재약산을 거쳐서 가는 방법도 있다. 천황산, 천황재, 재약산, 사자평습지로 이어지는 능선은 억새를 감상하며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코스다. 천년 고찰 표충사, 밀양강을 굽어보는 영남루, 수령 120년 된 소나무 9,500여 그루가 울창한 기회송림도 밀양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아차산 단풍에 취하고 전망에 반하고
아차산은 서울 시민들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도심 속 단풍 여행지다. 야트막하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누구나 오르기 쉽다. 곱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어도 금세 산등성이에 닿는다. 능선 따라 전망 좋은 포인트도 여럿이어서 힘들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고층 건물이 빼곡한 강동 강남 지역 시가지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차산은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축을 벌인 전략적 요충지로 아차산성을 비롯해 당시 유적도 남아 있다. 아차산생태공원과 단풍 명소인 워커힐로를 함께 둘러봐도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아차산만으로 아쉬우면 구리시의 고구려대장간마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동구릉을 포함하면 하루 코스가 완성된다.
▦포천 한탄강벼룻길 자연사 시간 여행
경기 북부 한탄강은 긴 구간에 협곡을 형성한 지형이다. 용암대지가 수십만 년 동안 강물에 깎이면서 거대한 현무암 협곡이 생겨난 것이다. 한탄강 협곡은 2015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고, 현재 독특한 자연과 문화를 엮어 지질트레일을 조성 중이다. 총 4개 코스 가운데 영북면 부소천협곡에서 비둘기낭폭포까지 이어지는 1코스 ‘한탄강벼룻길’이 우선 개통했다. 벼룻길은 강가나 바닷가로 통하는 벼랑길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 한탄강벼룻길은 이름처럼 한탄강변 폭포와 협곡, 마을을 연결한다. 연간 150만여 명이 찾는 ‘포천 관광 1번지’ 산정호수가 부소천에서 가깝다. 버려진 채석장을 활용한 신북면의 포천아트밸리, 130m 길이의 공중다리가 인상적인 어메이징파크를 코스에 넣어도 좋다.
최흥수기자ㆍ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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