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업체 담수용량 부풀리기 만연
전북도, 제대로 계산 안하고 계약
대당 3억 임차료 상승…예산 낭비
전북경찰청, 조만간 담수 이륙 시험
“산불진화용 헬기 물통에 담수규격대로 물을 채우면 헬기는 절대로 못 뜹니다.”
31일 한 민간헬기운용업체의 관계자는 이렇게 단언했다. 그는 “헬기 임대업체들이 헬기의 담수용량을 부풀린 뒤 자치단체에서 발주한 산불진화용 헬기 임차용역을 따내는 게 관행”이라며 “조종사들도 추락 위험 등을 우려해 실제 담수용량대로 물을 가득 채우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귀를 의심케 할 법한 이 말을 전해들은 전북경찰청이 칼을 빼 들었다. 산불진화용 헬기가 ‘밤비 버킷(Bambi bucketㆍ헬기에 줄을 매달아 쓰는 물통)’에 규격대로 방화수를 채워 이륙할 수 있는지를 직접 실험을 통해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앞서 헬기 임대업체들이 헬기의 담수(인양)능력을 속여 전북도가 발주한 임차 용역을 따낸 정황을 포착한 터였다.
경찰은 조만간 전북도가 올해 임차한 산불진화용 헬기와 같은 기종을 대상으로 밤비 버킷에 계약규격대로 물을 채워 이륙 실험을 할 계획이다. 도가 과업지시서에서 ‘헬기는 계약규격에 적합한 산불진화용수를 담수 및 살수할 수 있는 장치(밤비 버킷 등)를 장착하고 1.5시간 이상 체공하여 살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게 실제 가능한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도는 올해 봄과 가을철(166~174일)에 산불진화 및 예방계도활동에 투입하기 위해 18억5,560만원을 들여 2개 업체로부터 담수용량 2,000ℓ짜리 헬기 3대를 빌렸다. 하지만 이들 헬기의 담수용량은 국토교통부의 산출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국토부는 헬기가 이륙할 수 있는 최대이륙중량에서 헬기 자체 중량과 운항 소요시간에 따른 연료유 무게, 조종사 무게(1인 90㎏ 기준), 밤비 버킷 무게를 빼는 방식으로 담수용량을 산출하고 있다.
그러나 도가 A업체로부터 빌린 최대이륙중량 5,987㎏짜리 미국 시콜스키사 S-58JT 헬기의 경우 이 방식에 따라 헬기 자체 중량(3,754㎏), 연료(표준 748㎏ㆍ1,041리터), 오일(30㎏), 조종사 2명(180㎏), 밤비 버킷(82㎏) 무게를 빼면 실제 담수용량은 1,103㎏(ℓ)으로, 당초 계약규격(담수용량)의 55%에 불과하다. 임차료가 6억3,080만원인 이 헬기의 계약규격과 실제 담수용량의 차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2억8,386여 원이나 된다. A업체가 이 금액만큼 임차료를 올려 부당이득을 취한 셈이다. 도가 빌린 나머지 헬기 2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체의 담수용량 부풀리기는 이미 관행화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북도는 2014년 국토부의 헬기 담수용량 계산방식을 확인하고도 계약과정에선 이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 실제 지난 1월 도는 조달청 나라장터 쇼핑몰에 등록된 A업체의 헬기 임차규격서에 적혀 있는 밤비 버킷 규격(2,000ℓ)만 보고 A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도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이런 방식으로 A업체 등 2곳에 55억5,770만원에 달하는 임차계약을 몰아줬다.
이에 대해 도는 “조달청 제3자 단가 조달계약 방식으로 업체를 찍었을 뿐”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14개뿐인 민간헬기 임대업체들로 인해 시장구조가 폐쇄적으로 형성되면서 업체들의 헬기 담수용량 부풀리기가 만연해 임차료 상승에 따른 예산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이라며 “A업체 등이 수년간 헬기임차용역을 독점하다시피 한 점에 주목, 공무원들과 검은 뒷거래나 업체간 담합 여부도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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