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피했던 이재만ㆍ안봉근
국정원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
정호성은 ‘문서 유출’로 이미 구속
“요즘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ㆍ십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는 뜻)’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31일 안봉근(51)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51) 전 총무비서관이 국가정보원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을 접한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같이 말했다. 정호성(48) 전 부속비서관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며 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막강한 권한을 휘두른 두 사람도 철창 신세를 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 3인방은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서 박 전 대통령이 당선돼 정계 입문한 이래 20년간 보필해왔다. 박 전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 노릇을 한 최순실(61)씨 전 남편 정윤회씨가 지인 추천을 받아 보좌진으로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들어선 후 이 전 비서관은 총무비서관을, 안 전 비서관은 제2부속비서관과 국정홍보비서관을, 정 전 비서관은 제1부속비서관과 부속비서관을 맡았다.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각 수석들도 이들을 거치지 않고선 박 전 대통령을 만나기조차 힘들다는 얘기도 돌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이 “사심 없이 헌신적으로 도와준다”며 절대적으로 신임하며 모든 일을 상의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입지는 더욱 굳어졌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동시에 이들의 힘도 빠졌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아 최순실(61)씨에게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드레스덴 연설문’ ‘해외순방 일정’ 등 비밀 문건 47건을 전달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구속기소됐다.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도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번번이 피해나갔다. 안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건 유출에 개입했는지, 최씨의 정부 인사 개입 등 국정농단에 연루됐는지 등의 의혹을 받았다.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서보안 책임자로서 청와대 문서가 최씨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그의 묵인ㆍ방조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 받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증거 부족으로 혐의를 벗고, 다만 국회 불출석 혐의로만 불구속 기소됐다.
국정농단 수사 칼날을 모두 피했던 이들이 법원이 발부한 뇌물 혐의 영장으로 체포된 만큼, 이번엔 법망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뇌물 수수 경위와 사용처 등을 집중 추궁하는 한편, 최근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밝힌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과의 유착 등 그간 제기됐던 의혹들도 꼼꼼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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