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민 “10년간 방송 추행ㆍ강간”
한국당 반발로 막판까지 파행
31일 막을 내린 정기 국정감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정책 국감이 아닌 정쟁 국감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첫 국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적폐 대 신(新)적폐’ 논쟁에 함몰되면서 맹탕국감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실한 감사를 부추기는 국감 시스템의 한계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날 13개 국회 상임위를 가동한 여야는 국감 현장에서 충돌을 거듭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겨냥해 “10년간 방송을 추행ㆍ강간해 이 지경으로 만든 강간추행범이 나를 성희롱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언급했다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반발하는 바람에 한때 국감이 중단됐다. 회의장에 돌아온 한국당 의원들은 신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과방위 국감은 KBS가 지난달 방영한 ‘김정은의 두 얼굴’ 프로그램의 좌편향 논란 때문에 재차 파행을 겪었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김정은이 ‘재치 있고, 틀을 깨며, 저평가된 지도자’로 묘사됐다며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이 위원장이 “우리가 김정은에 대해 너무 일방적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냐(라는 시사점을 던져주기 위한 프로그램)”라고 답변하자 한국당 소속 신상진 위원장이 “일방적이라는 게 무슨 뜻이냐”라고 추궁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한국당을 향해 “북한, 북한, 북한. 그렇게 먹고 살 것이 없느냐”고 고성을 질러 또다시 회의가 중단됐다.
이 같은 정쟁 양상은 민주당이 국감 초반부터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적폐 폭로를 예고하고 한국당이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맞서면서 예견됐다. 실제로 국감 첫날 김이수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야당의 문제제기로 법제사법위의 헌재 국감이 파행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위 국감에선 방통위가 여권 추천인사로 방문진 이사 공석 2자리 임명을 강행한 데 반발해 한국당이 국감 전면 보이콧을 선언, 이틀간 반쪽 국감으로 진행됐다.
국감NGO모니터단의 홍금애 집행위원장은 “과거 정부에 대한 정쟁에 매몰돼 내용도 싱거웠고 국민적 관심도도 떨어졌다”면서 “야당은 2년 연속 보이콧으로 이틀을 허비하는 등 국회의 책임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국감 시스템의 한계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번 국감은 지난해보다 10개가 늘어난 701개 기관을 상대로 실시됐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경우 피감기관이 122곳에 달해 수박 겉핥기식 감사가 불가피했다. 교문위 소속 한 의원은 “하루 평균 30곳 이상의 기관을 상대로 강행군을 펼치다 보니 물리적으로 감사가 힘든 구조”라며 “효율적인 감사를 위해선 국감장을 국회로 일원화 시키고 상임위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잦은 현장 시찰 구태도 여전했다.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은 지난해보다 1회 늘어난 28회의 현장 시찰을 진행했다. 국방위는 7번에 걸쳐 군부대 등을 방문했다. 홍 위원장은 “국감기간이 짧은 점을 감안하면 현장 시찰이나 현장 방문은 국감 전에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현장 점검을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문제점을 찾기 힘들고 사후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상시국감 전환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행정부 감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이관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상임위별 통상적인 감시 체제로 전환해 상시적인 현장 점검이나 시찰이 이뤄지도록 하고 사후 점검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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