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시진핑 주석, 내주 APEC 회동
사드는 군사 채널 통해 소통
‘한반도 미래’ 큰 그림 우선 논의
연이어 리커창과 회담 추진
위축된 경제ㆍ문화 해법 논의할 듯
시진핑 평창올림픽 방문도 협의
성사 땐 관계 정상화 탄력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1월 한중정상회담은 양국 간 관계개선 합의의 첫 단계 조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를 둘러싼 한중 양국의 뇌관이 제거되면서 양국의 정상외교는 급속 해빙되는 분위기다. 양국은 정상회담의 훈풍을 몰아 상호 방문으로 연결시키려는 노력까지 기울이고 있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31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이번 한중정상회담 합의는 한중관계 개선과 관련한 양국간 협의 결과에서 언급된 모둔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한 합의 이행의 첫 단계 조치”라고 말했다. 양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잇단 두 번의 회담은 관계 정상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은 이번이 두 번째로, 7월 6일 독일 베를린에서 회담한 이후 4개월여 만이다. 당시 양국 정상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대화 테이블에 나오도록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데 노력하고,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에 공감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한중관계 개선과 발전의 장애를 제거해 달라”고 사실상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은 “사드는 결과적으로 북핵과 미사일 도발로 인한 것”이라고 맞서며 사드 갈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양국은 사드를 의제로 올리지 않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양국 간 협의 결과에 따르면, 사드 문제는 향후 군사당국간 채널을 통해 소통하기로 했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선 중국의 사드 보복ㆍ제재로 위축된 경제ㆍ문화 분야의 교류를 재개하는 등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양국 고위 관계자들의 교류 정례화와 경제ㆍ문화분야 협력 등 양국관계를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의견들이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과는 한반도 주변 상황과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논의한다면, 리 총리와는 경제ㆍ문화 등 각 분야별 실질적인 해법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에 대한 공조는 여전히 최대 당면 현안이지만 정상회담 테이블의 의제가 될 공산은 적어 보인다. 도리어 이날 머리를 맞댄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비롯한 실무선에서 접촉을 유지할 공산이 커 보인다.
아울러 양국이 협의 중인 문 대통령의 연내 방중(訪中)과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시 주석의 방한(訪韓)이 성사될 경우, 관계 정상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7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에도 시 주석에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방한을 요청한 바 있다.
청와대는 시 주석이 국내적으로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2기 체제’를 확고히 구축했고,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전략적으로도 한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핵 해결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과 관계 정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중국이 사드 배치를 여전히 반대하는 데다 사드 보복ㆍ제재 조치의 재발 방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잠재적인 갈등 요인일 수 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