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조사서 9시간 동안 고개 숙이고 단 한마디도 안 해"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가 범행 후 하남에 다녀온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도로변에 흉기를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색할 예정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양평경찰서는 31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허모(41)씨가 양평 범행 현장에서 윤모(68)씨를 살해한 뒤 자신의 승용차로 하남 미사리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사실을 확인했다.
범행 당일 행적을 보면 허씨는 범행 직후인 오후 8시 48분 윤씨의 벤츠 승용차를 몰고 현장을 빠져나간 뒤 오후 9시 57분 이곳에서 5㎞가량 떨어진 무인모텔 주차장에 벤츠를 주차한다.
이후 사라졌다가 오후 11시 43분 다시 주차장으로 와서 벤츠를 몰고 사라진 뒤 전라도로 도주한다.
당시 허씨는 윤씨의 벤츠를 모텔에서 70여m 떨어진 공터에 버렸다.
경찰은 허씨가 오후 9시 57분부터 오후 11시 43분 사이 범행 현장을 다시 찾아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옛 양수대교를 건너 하남 미사리 방면을 지난 뒤 다시 양평으로 돌아온 사실을 CCTV 영상에서 확인했다.
하남을 다녀온 이유에 대해 허씨는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 경로에 흉기를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동경로를 확인해 수색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은 범행동기를 밝히기 위해 허씨의 금융거래 및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분석하고 있다.
채무 발생 원인과 수입, 지출 등 경제 사정을 증명할 금융 정보를 분석하고, 과거 통화내역까지 훑어 보고 있다.
최근 1주일 치 통화내역에서는 지인, 업무 관계인 등과의 통상적인 통화 외에 특이 사항은 드러나지 않았다.
현재까지 허씨는 피해자 윤씨와 전혀 알지 못하는 관계로 파악됐다.
경찰은 허씨가 부유층을 상대로 강도 범행을 계획하고 양평을 찾았다가 벤츠를 몰고 귀가하는 윤씨와 마주치자 금품을 빼앗으려 몸싸움을 벌였고, 살인으로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허씨는 이달 21일부터 25일 범행 직전까지 '고급빌라', '가스총', '수갑', '핸드폰 위치추적' 등의 단어를 검색한 사실이 드러났고, 범행 일주일 전에는 용인지역 고급 주택가를 둘러보는 등 범행대상을 물색한 듯한 행적도 추가로 확인됐다.
특히 용인에서 주택가를 돌아본 뒤 서울 초입까지 20여분간 한 벤츠 승용차를 따라다니는 듯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경찰이 이 벤츠 차주와 접촉한 결과, 허씨를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허씨는 검거 직후 "주차문제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라는 진술을 한 뒤로 수사팀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전날 오전부터 9시간에 걸쳐 조사하는 동안 허씨는 고개를 숙인 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프로파일러와 수사팀을 교대로 투입해 면담과 조사를 번갈아 가며 진술을 유도하고 있다.
이날도 오후들어 피의자 조사를 시작했으나 허씨는 태도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명백한 증거 앞에서조차 진술을 거부하며 이 정도까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피의자는 처음"이라며 "앞으로 범행동기와 범행도구, 대상 선정 이유 등을 밝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에서 오후 8시 50분 사이 양평군 윤씨의 자택 주차장에서 윤씨를 흉기로 10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흉기 상흔은 대부분 몸싸움 과정에서 나타난 방어흔으로 보이며, 사망으로 이어진 치명상은 목과 왼쪽 가슴 등 5곳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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