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진술 인정 후 ‘플리 바겐’
트럼프ㆍ러 정부 회동 추진 등
특검에 증거 넘기며 적극 협조
백악관은 “자원 봉사자에 불과”
법원, 매너포트 가택연금 처분
러시아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 간 공모 의혹 등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폴 매너포트를 비롯해 3인을 기소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폴 매너포트와 그의 사업 파트너인 리처드 게이츠가 기소된 혐의는 돈세탁과 탈세 등 12건에 달하지만, 모두 대선 전에 벌어진 개인 비리의 성격으로 러시아와의 공모 혐의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성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러시아 스캔들에서 거의 부각되지 않았던 제3의 인물이 이번 기소대상에 포함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특검 수사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인물은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정책 고문을 맡았던 조지 파파도폴로스로 연방수사국(FBI)에 거짓 진술을 한 혐의 자체만 보면 극히 단순하다. 하지만 이미 지난 7월에 체포된 그는 혐의를 부인한 매너포트, 게이츠와 달리 '플리 바겐'(사전형량조정제도)을 통해 거짓 진술 혐의를 인정한 뒤 특검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특히 특검이 이날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파파도폴로스는 지난해 3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사용한 수천 개의 이메일 등 치부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모 교수를 만나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트럼프 당시 후보와 러시아 정부간 회동을 주선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조사됐다. 영 일간 텔레그래프는 파파도폴로스의 ‘러시아 채널’ 역을 한 이 교수를 조지프 미프서드 런던 외교아카데미 명예원장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파파도폴로스는 이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트럼프 캠프 핵심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이메일도 특검 측에 넘긴 것으로 알려져,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그가 제공한 정보가 향후 특검 수사를 진척시키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일제히 전망했다. 파파도폴로스가 제공한 정보를 발판으로 매너포트에 대한 추가 혐의를 캘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측 인사가 만났던 지난해 6월 9일 '트럼프 타워' 회동 등에 대한 수사가 진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파파도폴로스에 대해 “선거운동 기간 단 한 차례 만난 자원봉사 자문단의 한 명으로 캠프에서 월급이 지급되지 않았다”면서 ‘꼬리 자르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특검팀이 파파도폴로스의 유죄 인정 답변은 "대규모 조사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수사는 초기 단계에 불과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뮬러 특검팀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여부에 대해서도 여전히 조사 중이라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킹메이커'라는 명성을 얻으며 지난해 3월 트럼프 캠프에 합류한 뒤 넉 달여 동안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매너포트는 이날 연방법원으로부터 가택연금 처분을 받아 사실상 영어의 몸이 됐다. 매너포트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외 법인과 계좌를 통해 1,800만 달러(약 201억원) 이상의 돈세탁을 했고 조세회피처에서 역외 계좌를 운용하고도 납세신고 때 이를 숨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가 역외 계좌로 빼돌린 돈은 7,500만 달러(약 840억원) 이상이다. 그는 또 집수리에만 550만 달러(약 61억원)를, 옷을 사는 데에만 130만 달러(약 14억원)를 각각 쓰는 등 돈세탁으로 빼돌린 금액으로 호화 생활을 즐긴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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