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KIA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KIA가 7-6으로 두산에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양현종과 버나디나가 소감을 전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다들 아무 것도 모르더라구요."
'세리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KIA 최형우(34)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KIA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5차전에서 7-6으로 이겼다. 시리즈 4승(1패)째를 챙긴 KIA는 2009년 이후 8년 만의 통합 우승을 일궈내면서 리그 최강자 자리에 우뚝 섰다.
오랜만에 맛보는 우승이다. 2009년 이후로 KIA는 대부분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올 가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선수들도 많았다. 베테랑 이범호(36)와 김주찬(36)을 포함해 우승의 감격을 처음 누려보는 선수들이 대다수였다. 우승이 '낯선' 탓에 멋들어진 세리머니 준비도 없었다.
KS 5차전을 앞둔 날 아침, 최형우는 "세리머니는 어떻게 할 거냐"고 선수들에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다. 우승 확정 후 만난 최형우는 "정말 다들 아무 것도 모르더라"며 웃었다.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뛰었던 최형우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경험했다. 당시 반복된 우승에 세리머니도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2013년에는 투수 오승환(35)의 지휘 아래 선수들이 하늘을 보며 손가락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연출해 미국 CBS스포츠에 소개되기도 했다.
최형우는 "다들 세리머니 이야기가 없어서 '끝나고 알아서 합시다'하고 말았다"며 "그래도 이런 모습이 정말 순수하지 않나. 8년 만의 우승인데 완벽히 준비된 세리머니를 하는 것보다 이런 게 더 좋아 보인다"며 웃음지었다.
우승이 낯설었던 포수 김민식(28)은 우승 기념구도 챙기지 못했다. 5차전에 포수로 선발 마스크를 쓴 김민식은 9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마지막 타자 김재호가 친 타구를 파울 플라이로 처리했다. 우승을 결정지은 마지막 공인 만큼 기념구로 챙겨야 하지만 처음 맛본 우승의 감격에 취했다. 경기 후 김민식은 "마지막에 뜬공이 정말 안 떨어지더라"며 "너무 정신이 없어서 공도 그냥 그라운드에 던졌다. 공이 어디 있는 지 모르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5차전이 승리가 누구보다 기뻤을 사람은 9회말 대수비로 3루에 투입된 김주형(32)이다. 7-6으로 쫓기고 있던 9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조수행의 번트 타구를 잡은 김주형은 1루로 악송구를 했다. 순식간에 1사 2·3루에 몰리면서 경기 흐름이 요동쳤다. 에이스 양현종이 9회부터 마무리로 등판하는 승부수까지 던진 KIA의 등줄기가 서늘해진 장면이었다. 하지만 양현종은 이후 허경민(27)을 고의사구로 내보내 만루를 채운 다음 박세혁(27)을 삼진, 김재호(32)를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면서 경기를 그대로 끝냈다.
'패배의 빌미'를 제공할 뻔 했던 김주형은 그 누구보다 크게 웃으며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양현종은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형이 광주에서 더 이상 못 살 뻔 했다고 하더라. 고맙다고 했다"며 웃었다. 이어 "형도 잘 하려고 했던 것이고, 누구보다 고생을 많이 했다. 오늘 내가 잘 막아서 형이 그나마 광주에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김주형의 마음을 헤아렸다. 수장 김기태(48) KIA 감독도 김주형을 감싸 안았다. 이날 승리 후 승장 인터뷰 중 김주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오늘은 잘한 선수 이야기만 하자. 집에서 (선수) 가족들도 보고 있지 않나"고 말을 아꼈다.
2009년 TV로 팀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던 김선빈(28)은 우승 주역으로 우뚝 섰다. 김선빈은 "나는 별다른 꿈을 꾸지 않았는데 아내가 꿈을 꿨다고 하더라. 반지 세 개를 끼는 꿈이었다고 한다"며 씩 웃었다. 아내의 꿈대로 김선빈은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벌써 두 개의 반지를 챙기게 됐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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