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두심이 연기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고두심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김성균과 함께 라운드 인터뷰를 갖고 개봉을 앞둔 영화 '채비'(감독 조영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채비'는 30세 지적 장애인 아들 인규(김성균)를 돌보는 엄마 애순(고두심)이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들을 위해 특별한 체크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날 고두심은 '채비' 속 가슴 아픈 장면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다. 완성된 영화는 채 다 보지 못했음에도 '엄마'의 마음에 깊게 이입한 영향이었다. 고두심은 "딸 결혼식에 장애가 있는 아들을 안 데려간 게, 엄마 입장에서 너무 마음이 아프지 않냐. 지적 장애를 가진 애가 있으면 엄마 입장에서는 애가 손가락질 받을까 봐 그런 자리에 안 데려가고 싶지 않나. 그 생각을 하니까 너무 눈물이 나더라. 영화를 거기까지 보고 울다 말고 행사(언론시사회)에 나갔다"고 얘기했다.
고두심은 촬영 중에도 감정 이입해 많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영화에서 극적으로 표현됐어야 하는 지점이 좀 덜 표현된 것 같아서 그게 아쉽다고도 김성균과 얘기를 했다. 영화에서 이런 아들을 두고 먼저 갈 생각, 뒷바라지 하는 내가 없는데 아들 혼자 살아갈 생각을 하면 너무 끔찍하더라"고 얘기했다.
또 고두심은 어머니 역을 맡는 것에 대해 "중장년층의 유치한 멜로가 있을 수 있지 않나. 노련하긴 한데 유치한 멜로 말이다. 그런데 그걸 쓰는 작가가 없고, 작가가 없으니 감독도 없는 것 같다. 외국 같은 경우엔 그런 게 더러 있지 않냐. 우리나라는 그런 게 별로 없어서 어머니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고두심은 "아주 짙은 멜로는 못 하겠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 예전에 '애마부인'에 캐스팅이 됐었다. 안소영 씨가 찍은 '애마부인'이 사실 내가 찍을 뻔 했던 거였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고 도저히 감당이 안 되더라"며 "그 당시 '애마부인'을 찍었으면, 그건 한 때이기에 금방 사라지지 않았겠느냐고 주위에서 얘기하곤 하더라" 말했다.
고두심은 "현역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게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배우로서 무슨 계획을 해본 적은 없다. 내가 무슨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해서 그 역할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시간에, 주어지는 역할에 내가 얼만큼 다가가고 있을까 그걸 연구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채비'는 내달 9일 개봉한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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