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자 14% ‘난 캥거루족’
서울에 마땅한 집 마련 어려워
부모님 집에 신혼방 꾸리기도
“경제 의존 연령대 계속 높아져”
1년6개월 전 결혼한 이모(29)씨는 최근 출산 후 양가 부모와 통화하는 일이 늘었다. ‘생활비 지원’ 때문이다. “출산으로 직장을 그만 두고 남편 월급(약 300만원)으로 생활하는데, 대출이자 보험료 생활비 등 기존에 들어가는 돈에다 아이에게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게 결혼 후에도 손을 내미는 그가 내놓는 항변. ‘다시 직장에 나갈 때까지만’이라는 조건으로 모자란 돈을 지원받고 있다는 이씨는 “부끄럽지만 당장 아쉬운 상황이라 감사하게 받고 있다”고 했다
결혼으로 새 가정을 꾸려 독립한 상황에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리터루족(돌아온다는 뜻의 ‘리턴’과 부모에게 의지하는 성인 자식을 일컫는 ‘캥거루족’의 합성어)이 늘고 있다. 주거와 양육 부담 등으로 인해 자식이 늙은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게 아니라 부모가 다 큰 자식을 ‘업고’ 살게 된 셈이다. 30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남녀 1,061명 중 절반 이상(56.1%)이, 기혼자 중에서도 14.4%가 ‘스스로를 캥거루족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모에게 회귀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육아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 설문(20~50대 1,000명 대상) 결과, 10명 중 6명(59.6%)이 ‘양육비 부담을 느낀다’고 토로할 정도라 자연스레 부모에게 금전적으로 기대게 된다는 것이다. 두 살배기 딸이 있는 송지연(32)씨는 “친정에 아이를 맡기려고 근처로 이사를 갔는데 넉넉지 않은 형편을 알고 계시다 보니 아이 옷, 장난감 구매비용 등을 대주시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주거비도 리터루족을 양산하는 원인이다. 아예 부모 집 방 한 칸을 신혼방으로 꾸미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주모(32)씨는 “가진 돈으로는 서울에 마땅한 집을 마련하기 어렵고, 힘들게 번 돈을 월세에 쓰기도 아까워 ‘3년 바짝 모으자’는 생각으로 합가를 결정했다”고 했다. 신한은행이 경제활동인구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평균 9,105만원인 결혼자금 중 가장 부담스럽다고 꼽힌 항목이 ‘주거비 마련’(37.1%)이었다.
‘여윳돈’ 삼아 지원 받기도 한다. ‘언젠가 줄 돈’이므로, 고정적ㆍ안정적 수입이 있어도 미리 주고받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A(30)씨는 “취업 이후는 물론 결혼 후에도 생활비는 아버지 신용카드로 해결하고, 월급은 모두 저축한다”고 했다. 보험 적금 등 취업 전부터 부모가 납부해 주던 돈을 결혼 후 관성처럼 지불해 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취업난 등으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연령대가 계속 높아지다 보니, 과보호 경향이 결혼 후까지 자연스레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