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차등과세 대상으로 유권해석
국세청도 “국민적인 관심사안…
기재부와 협의해 적법하게 처리”
이자ㆍ배당소득세 징수 진행될듯
추가 과세 규모는 가늠 어려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8년 차명계좌에서 빼간 4조4,000억원은 이자와 배당 소득 원천 징수 세율이 99%(지방세 포함)인 ‘차등과세’ 대상이라고 밝혔다. 당시 특검 조사로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드러난 후 이 회장이 차명계좌에 보관된 돈을 본인 명의로 옮길 때 발생한 이자와 배당 소득에 부과된 원천 징수 세율은 15.4%였다. 국세청은 이 회장을 상대로 차액분에 대한 추가 과세에 나서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이 차명계좌에서 찾은 4조4,000억원대의 금융재산을 차등과세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다만 “개별 계좌에 세금을 부과하는 건 금융당국이 아닌 과세당국이 할 일”이라며 “과세당국에서 (이 회장의 차명재산이) 차등과세 대상인 지 묻는 질의가 오면 금융위가 회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정무위 국감에선 이 회장이 2008년 찾아간 4조4,000억원 규모의 차명재산이 가장 큰 논란이 됐다. 당시 삼성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모두 실명으로 전환한 뒤 누락된 세금은 납부하고 나머지는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첫 번째 논란은 실명 전환 과정에서 과징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금융실명제 시행(1993년8월12일) 이후 개설된 계좌는 실명 전환 의무와 과징금 징수 규정이 없어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두 번째 논란은 이 회장이 4조4,000억원의 차명 금융재산을 빼 낼 때 이자와 배당 소득세를 제대로 부과했는 지 여부다. 통상 은행 이자와 주식 배당 소득에 붙는 일반 세율은 15.4%다. 그러나 금융실명법 5조를 어긴 경우엔 99% 세율을 적용받는 차등과세 대상자가 된다. 실명으로 거래하지 않은 금융재산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이기 때문이다. 명의 도용에 따른 부당이익을 막기 위해 신설된 조항인데, 지금까진 이 조항에 따라 차등과세 대상자를 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 회장도 이 조항을 적용받지 않아 15.4% 세율로만 원천징수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날 금융위가 검찰 수사 등 객관적 증거로 차명계좌임이 확인된 경우는 차등과세 대상이라고 유권 해석을 분명히 한 만큼 이 회장이 2008년 차명계좌에서 4조4,000억원을 찾는 과정에서 누락된 이자와 배당소득세를 추가로 징수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승희 국세청장도 이날 이 회장의 차명계좌 과세와 관련, “국민적인 관심 사안이라 연구ㆍ검토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 등의 유권해석 문제도 있어서 긴밀히 협의해 적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이 회장 차명계좌가 개설됐던 금융회사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느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지난 2008년 특검 결과를 재조사한다는 자세로 철저히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이 발견한 1,199개의 이 회장 차명계좌 중 금융실명제 위반과 관련해 금감원의 제재를 받은 계좌는 총 1,021개다. 이 중 20개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 나머지 1,001개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였다.
현재로선 추가 과세 규모가 어느 정도 될 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금감원은 조만간 이 회장 차명계좌 금융사를 상대로 당시 계좌인출 과정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추가 과세 규모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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