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48) KIA 감독은 ‘형님 리더십’의 대표 주자다. 맏형처럼 친근하고 따뜻하게 선수단에 다가가는 그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말이다. 행여 선수에게 상처라도 될까 공개적인 장소에서 선수 평가에 대한 언급도 자제한다. 이런 김 감독의 리더십은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을 보여주곤 한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김태형(50) 두산 감독도 “친화력이 좋은 감독”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김 감독의 또 다른 키워드는 ‘동행’이다. 선수들이 부진할 때 본인이 책임지고 끝까지 안고 간다. 정규시즌 우승 주역 김주찬, 로저 버나디나, 팻딘 모두 시즌 중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모두가 2군 강등 또는 교체를 언급할 때 김 감독은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라 살아날 것”이라고 믿었다. 결국 이들은 제 몫을 해내며 김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입증했다. 김 감독의 2017 동행 야구는 단기전에서도 두드러져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김 감독은 올해 단기전에서 독한 승부사 기질도 드러냈다. LG 감독 시절 첫 번째 포스트시즌이었던 2013년 두산과 플레이오프는 1승3패로 탈락했고, 작년 L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1차전을 잡은 뒤 2차전을 내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올해 가을은 달랐다.
시리즈의 분수령이 된 3차전에서는 수비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 범위가 넓은 김호령을 중심 타자 나지완 대신 선발 라인업에 넣어 효과를 봤다. 나지완은 대타 자원으로 남겨놨는데, 1점차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9회초에 대타 쐐기 2점포를 쏘아 올렸다. 4차전 때는 6회 2사까지 무시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임기영을 과감히 내리고 불펜을 투입하는 승부수로 승리를 지켰다. 우승을 확정 짓는 5차전에서는 불펜이 흔들리자 에이스이자 선발 자원인 양현종을 9회말에 투입하는 ‘내일이 없는 투수 교체’를 단행해 경기를 끝냈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 유니폼을 입은 지 26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 반지를 끼게 된 김 감독은 이내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며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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