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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으로 시작해 양현종으로 끝난 KIA의 V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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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으로 시작해 양현종으로 끝난 KIA의 V11

입력
2017.10.30 23:0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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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이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말 구원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KIA 양현종이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말 구원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시리즈(7전4승제)는 ‘양현종(29ㆍKIA) 시리즈’였다. KIA의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은 양현종으로 시작해 양현종으로 끝났다.

양현종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 팀이 7-6으로 불안하게 앞선 9회말에 등판했다. 지난 25일 1차전을 내준 이후 26일 2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122개를 던지며 11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국시리즈 역대 10번째 완봉승이자, 최초의 1-0 완봉승을 거둔 양현종은 자신의 손으로 반격의 첫 승을 이끌고, 사흘 휴식 후 시리즈를 끝낼 수 있는 5차전 마운드에 다시 섰다.

7-0으로 여유 있게 앞서다가 7회말 뒤늦게 터진 두산 타선에 6점을 내줘 승부의 향방을 좀처럼 예측할 수 없던 상황에서 양현종이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출발은 불안했다. 8회부터 불펜에서 몸을 푼 양현종은 9회말 선두 타자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5번 오재일에게 직구 2개로 연거푸 스트라이크를 꽂은 다음 4구 만에 우익수 뜬 공으로 잡았다. 안정을 찾는 듯 했던 양현종은 전혀 예상 못한 변수를 만났다. 후속 타자 조수행의 번트 타구를 3루수 김주형이 1루에 악송구를 하며 2사 2루가 아닌 1사 2ㆍ3루로 ‘사태’가 급변했다. 양현종은 7번 허경민을 고의4구로 거르고 1사 만루에서 왼손 타자 박세혁을 선택했다. 이 승부수는 적중했다. 박세혁은 유격수 뜬 공으로 힘없이 물러났다. 또 후속 김재호는 1구 만에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혀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극적인 우승에 한때 관중이 그라운드에 뛰어들기도 했다.

양현종은 그야말로 팀 분위기를 살린 ‘영웅’이다. 2차전 완봉 역투에 팀 동료들은 일제히 감동했다. 적장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침묵했던 타선 역시 3차전부터 되살아나는 각성 효과를 봤다. 2차전 완봉승, 5차전 세이브를 거둔 양현종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48표를 얻어 팀 동료 로저 버나디나(24표)와 이범호(2표)를 제치고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이번 시리즈에서 양현종의 옥에 티는 전자 기기 착용으로 인한 규정 위반이다. 양현종은 3차전 도중 전자 기기를 손목에 차 규정 위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부정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벌금 100만원의 제재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 됐다.

이범호가 만루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이범호가 만루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타선에서는 베테랑 이범호(36)가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KIA는 3회초에 선두 타자 이명기가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2번 김주찬의 희생 번트로 만든 1사 2루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 감을 뽐내고 있는 3번 로저 버나디나가 선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쳤다. 이어 4번 최형우의 좌전 안타와 5번 나지완의 몸에 맞는 볼로 1사 만루 기회를 잡은 KIA는 6번 안치홍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2사 만루가 됐다.

타석에는 이범호가 섰다. 이범호는 정규시즌 개인통산 최다 만루홈런 16개를 친 ‘만루 사나이’다. 하지만 유독 포스트시즌에서는 힘을 못 썼다. 포스트시즌 통산 38경기에서 단 한 개의 홈런포도 없었고, 올해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타율 0.083(12타수 1안타)로 자존심을 구겼다. 그래도 김기태 KIA 감독은 “베테랑이니까 해줄 것”이라며 한 방을 기대했고, 실제 KIA의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자축하는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이범호는 1-0으로 앞선 3회초 2사 만루에서 상대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초구 시속 129㎞ 슬라이더를 걷어 올렸다. 타구는 쌀쌀한 바람을 뚫고 잠실구장 왼쪽 담장을 향해 쭉쭉 뻗었다. 두산 좌익수 김재환은 타구를 쫓아봤지만 이내 포기했다. 한국시리즈 역대 네 번째 만루포의 주인공 이범호는 1루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한 뒤 펄쩍 뛰어 올라 기뻐했고, KIA 팬들은 2009년 10번째 우승 때 나지완이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SK 채병용에게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쳤던 당시와 같은 함성을 쏟아냈다.

KIA가 8년 만에 ‘V11’을 달성했다. KIA는 이날 두산을 7-6으로 꺾고 4승1패로 시리즈를 5차전에서 끝냈다. 이로써 KIA는 전신 해태시절 포함 11차례 오른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차전에서 6이닝 5실점(4자책)으로 패전의 멍에를 쓴 KIA 선발 헥터 노에시는 7회에 흔들린 탓에 6이닝 5실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시리즈 내내 맹타를 휘두른 버나디나는 제2의 MVP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렸던 두산은 믿었던 에이스 니퍼트가 5⅓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며 준우승에 그쳤다. 무엇보다 1차전 승리 후 3연패를 당하는 동안 4점을 뽑는 데 그친 타선의 침묵이 뼈아팠다. 5차전에 뒤늦게 폭발했지만 8회와 9회 두 차례 공격에서 꼭 필요한 1점을 내지 못했다.

KIA의 이적생들은 ‘복덩이’였다. 시즌 중 SK에서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외야수 이명기는 톱 타자로 공격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3차전에서는 결승타 포함 멀티히트를 작성했고, 5차전에선 3안타를 몰아쳤다. 안방마님 김민식도 1차전 시행착오를 딛고 3차전부터 선발 포수 마스크를 다시 써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리드했다. 넥센에서 넘어온 마무리 김세현은 3~5차전 3연투를 하는 등 네 차례 나가 실점 없이 2세이브를 수확하며 뒷문을 꽉 잠갔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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