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폐암학회, 비흡연 여성 600만명 12년간 추적조사 결과
여성 가운데 너무 마르거나, 술을 많이 마시거나, 육식을 즐기거나, 제대로 운동하지 않고, 다른 암에 걸린 적이 있으면 폐암에 걸릴 위험이 상당히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회가 2003년∼2004년 일반건강검진을 수행한 비흡연 여성 600만명을 12년 간 추적 조사한 결과, 4만5,000명 정도가 폐암에 걸렸다.
비흡연 여성이 폐암에 걸리는 주 위험인자로 고연령, 음주(주 2~3회 이상), 운동(주 3~4회 미만), 육식 위주 식습관, 기존 암 진단자, 낮은 체질량지수(BMI) 등이 꼽혔다.
연령, BMI, 기존암 여부, 생활습관 등을 보정한 결과, 주 2∼3회 미만 음주자보다 주 2∼3회 이상 음주자의 폐암 발생 위험도가 24.7% 높아졌고, 운동을 주 3∼4회 미만 군이 3∼4회 이상 군보다 위험도가 2.6% 높았다.
폐암학회 연구위원장 김승준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채식 위주 식생활군보다 육식 위주 식생활군에서 폐암 위험도가 6.7% 정도 높았고, 기존암 진단 여부는 암 진단을 받지 않은 군보다 폐암이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저체중군에서 폐암 발병 위험이 높았다”고 덧붙였다.
이계영 대한폐암학회 이사장은 "폐암 조기 검진율이 현재 15% 정도에 불과한데,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폐암 조기 진단이 가능하므로 이번에 조사한 폐암 위험인자가 있는 여성들은 관심을 많이 가지면 좋겠다”고 했다.
폐암연구위원회는 또한 전국 10개 대학병원에서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 226명을 대상으로 70개 항목에 걸쳐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항목에는 육체ㆍ정신적 스트레스 정도, 간접 흡연, 평소 운동량 등 일반적인 건강을 측정하는 것 외에 주방환경, 취사연료, 요리 종류, 머리 퍼마와 염색 등 여성에게 익숙한 생활패턴도 포함됐다.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에서 육체ㆍ심리적으로 피곤하다고 느끼는 날이 많았으며, 운동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들은 대부분 집에서 직접 요리하고, 요리할 때 눈이 따가울 정도로 연기가 자욱한 환경에 많이 노출됐으며, 튀기거나 부침 요리 등의 기름을 많이 쓰는 요리를 했다.
간접 흡연 설문에서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는 가정ㆍ직장에서 간접 흡연에 노출된 적이 많았고 노출시기도 빨랐다. 조사에서 남편의 흡연 여부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집안에서 흡연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밖에 부모 형제 중에 폐암에 걸린 사람이 있었던 비율은 6.8%였고 주로 어머니와 자매의 비율이 높았다.
조석기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간접 흡연도 직접 흡연 못지 않게 폐암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도 간접 흡연의 노출이 많았고 노출 시기도 빨라 간접 흡연의 위험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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