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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정부 세종시 행정수도 약속 발 빼기?’ 불신 휩싸인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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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정부 세종시 행정수도 약속 발 빼기?’ 불신 휩싸인 민심

입력
2017.10.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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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분권 로드맵서 세종 빠지고, 이낙연 총리는 부정적 언급

일각선 공약 후퇴 우려까지 나와

지난 24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행정수도 개헌 염원 세종시민 결의대회'에서 행정수도완성세종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행정수도 세종 개헌 명문화를 촉구하고 있다. 행정수도완성세종시민대책위 제공
지난 24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행정수도 개헌 염원 세종시민 결의대회'에서 행정수도완성세종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행정수도 세종 개헌 명문화를 촉구하고 있다. 행정수도완성세종시민대책위 제공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떴던 세종 민심이 불과 5개월여 만에 불신에 휩싸였다. 이낙연 총리의 부정적 발언에 이어 새 정부가 최근 내놓은 자치분권 로드맵에 세종시를 아예 언급하지 않자 ‘발 빼기 수순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6일 여수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행사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을 골자로 한 자치분권 로드맵을 발표했다. 행안부는 로드맵에 ▦중앙권한 획기적 지방이양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자치단체 자치역량 제고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 구축 등 5대 분야 30개 과제를 담았다.

행안부는 로드맵을 통해 제주도를 자치분권 시범도시로 만들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세종시와 제주도를 자치분권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분권모델로 완성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번 로드맵에선 세종시는 뺀 채 제주도만 재차 언급한 것이다.

정부는 또 출범 직후 100대 국정과제에도 이를 포함시키며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로드맵에선 세종시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모 언론 인터뷰에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이 총리는 당시 인터뷰에서 “국민 마음 속에 행정기능의 상당 부분이 세종으로 가는 것까지는 용인하나 수도가 옮겨가는 것을 다수 국민이 동의하진 않을 것 같다”고 발언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종시 등의 반발이 일자 이 총리는 “개헌 여부 질문에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국민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만큼 돼 있을까 물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총리는 “국회, 국민 의견 분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라고 덧붙이며 “총리가 이렇다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다만 상황만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의 발언에서 한 발 물러난 모양새를 보였다. 지역에선 이 총리가 처음 주재한 ‘세종시 지원위원회’에서 ‘세종시 지원방안’을 빠뜨렸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이 총리는 이 때문에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의원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가 출범 이후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애매모호한 모양새를 보이자 지역에선 ‘행정수도 개헌’과 ‘세종시 자치분권 모델 완성’이 제외됐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요구하고 있다.

행정수도완성세종시민대책위는 “행안부가 제시한 자치분권 로드맵에는 모델로 제주도만 포함되고 세종시는 제외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취임 전후 국민 의사를 물어 청와대와 국회 세종시 이전을 골자로 한 행정수도 개헌을 수 차례 약속한 만큼 정부가 그 필요성과 절박성을 국민에게 홍보하고 설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어야 한다고도 했다. 더불어 대통령 기념사에도 행정수도 개헌이 빠진 것에 대해 일각에선 공약 후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고려 때문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난 24일 시청에서 열린 '행정수도 개헌 염원 결의대회'에서 행정수도 개헌의 필요성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행정수도완성세종시민대책위 제공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난 24일 시청에서 열린 '행정수도 개헌 염원 결의대회'에서 행정수도 개헌의 필요성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행정수도완성세종시민대책위 제공

행정수도 개헌에 올인하고 있는 세종시도 드러내놓고 정부를 비판하진 않으면서도 내부적으로 갈수록 커지는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행정수도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유훈이고, 현 정부가 약속한 만큼 지킬 것이라 믿는다”면서도 “총리가 충분히 의심할 만한 부정적 발언을 하고, 자치분권 로드맵에서도 (행정수도 등) 언급이 없어 정치적 부담 때문에 미적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속내를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정부세종청사에서도 감지된다. 청사 한 고위공무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행정수도 문제는 정부가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추진키로 한 개헌에 있어 중요한 변수이자 큰 부담이어서 무작정 밀어 부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수도 세종 명문화를 추진하다 발목을 잡히면 개헌 작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행정수도 문제는 당장 내년 지방선거, 그리고 차기 총선에서 이슈로 다뤄질 수밖에 없어 정부가 행정수도 개헌을 정책 우선순위에 올려놓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게 관가의 시각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정부는 정치적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행정수도 개헌과 세종시 분권모델 완성, 행안부ㆍ과기부 이전, 국회분원 설치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내놓고, 세종시 행정수도 개헌 명문화가 가능하도록 대국민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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