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속 ‘안경몰카’는 범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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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속 ‘안경몰카’는 범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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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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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인터넷에 공개된 모바일 미디어그룹 모모콘의 웹 예능 ‘개이득2’에서 연예인 출연자가 안경카메라로 일반인 출연자들을 촬영한 영상. 유튜브 캡쳐.

안경카메라(안경캠)를 몰래카메라처럼 활용해 만든 인터넷 예능 프로그램이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모바일 미디어그룹 모모콘은 웹 예능 프로그램 ‘개이득2’를 통해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연예인이라는 것을 숨기고 일반인들을 만나 안경캠으로 촬영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지난 25일 공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 아이돌 멤버들이 인터넷 카페에서 자신들의 기념상품(굿즈)을 중고로 판매하는 사람들을 변심한 팬으로 판단해 직접 찾아가서 ‘탈덕(팬심이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었다.(▶방송바로가기)

방송이 나간 뒤 일부 시청자들은 불법촬영 범죄의 도구로 쓰이는 안경캠을 웃음 소재로 활용했다며 비판했다. 직장인 지모(26)씨는 “남성 연예인들이 안경캠을 쓰고 미성년 여성팬을 촬영하는 게 재미있는 일처럼 편집됐지만 결국 본질은 몰카”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오지은(30)씨도 “연예인들이 안경캠을 이용해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쁜 의도가 없는데도 비난 받아야 할까?

지난 8월 인천시 중구 인천본부세관에서 세관 직원들이 단속으로 압수한 ‘몰래카메라’를 공개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안경캠은 1인칭 관찰자의 시선으로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개발된 초소형 카메라다. 그러나 이를 이용한 불법촬영 범죄가 계속되면서 범죄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안경캠을 쓰고 여성들과 성관계 장면을 찍은 뒤 이를 인터넷에 유포한 선모(38)씨가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 3월 아이돌그룹 ‘여자친구’의 팬사인회에서 한 남성팬이 안경캠을 끼고 멤버 예린에게 접근한 것도 논란이 됐다.

그러나 몰래카메라가 국내외 예능프로그램에서 재미 추구 장치로 오랫동안 사용된 만큼 범죄와 분리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상대방을 성적대상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없고 동의를 받았다면 무조건 비난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작사인 모모콘 측도 “안경캠을 범죄도구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스타와 팬의 깜짝 만남을 위한 최소한의 용도로만 활용했다”며 “안경캠 촬영 대상이었던 일반인들에게 사후 동의를 얻고 방송했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지난 9월 ‘디지털성범죄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이벤트나 장난 등 유희적 의미’를 담고있는 ‘몰카’라는 단어를 불법성이 드러나는 ‘불법촬영’이라는 용어로 대체하기로 했다.

1991년 문화방송(MBC)은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통해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라는 새로운 예능을 선보였다. 프로그램 성공 이후 비슷한 형식의 예능이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 유튜브 캡쳐.

시청자들은 ‘동의’ 과정을 보지 못했다

제작의도와 상관없이 몰래카메라와 같은 범죄요소가 내포된 촬영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부정적 파급효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제작진들이 출연자들과 사후 합의를 통해 방송을 해도 시청자들이 보는 영상은 ‘동의 없는 촬영’ 부분만 남아 있다”며 “더욱이 대중적 파급력이 큰 연예인들이 몰카를 흥미 요소로 사용한다면 모방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전선미 디지털성범죄아웃(DSO) 피해자지원팀장은 “안경캠이 여성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도구임에도 굳이 이를 사용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영상에선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방송이 불가피하게 ‘몰래카메라’형식의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면 경고 문구 등을 넣어 윤리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 교수는 “방송에 ‘촬영 과정에서 충분히 동의를 얻었으나 이 같은 방식이 잘못 사용되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고문을 넣는 등 모방 범죄를 낳지 않도록 윤리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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