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박세력 청산 문제로 불거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서청원 의원의 갈등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며 '죽이지 않으면 죽는' 벼랑 끝 대치로 치닫고 있다. 홍 대표가 바른정당 통합파를 끌어들이려고 한국당 혁신위 및 윤리위를 앞세워 박 전대통령과 서 의원 등에 대해 탈당 권고의 중징계를 내린 것이 발단이다.
이에 반발한 서 의원은 홍 대표가 친박 청산을 명분으로 사당화 야욕을 드러냈다고 비난하며 그가 성완종 전 의원과 연루된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ㆍ재판 과정에서 모종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홍 대표의 반박으로 확산된 두 사람의 진흙탕 싸움은 홍 대표에게 불리한 녹취록의 존재를 주장한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의 가세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후 대법원의 최종심을 낙관하던 홍 대표는 정치생명을 위협 받는 상황이고, 서 의원 역시 물러서면 죽는 국면인 만큼 배신ㆍ노추ㆍ꼬붕ㆍ깜냥 운운하는 폭로와 협박, 막말이 난무하는 난장판이 낯설지 않다.
한국 현대사에서 보수세력의 적통을 이어왔다는 정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초유의 일이며 참으로 한심한 작태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500만표 이상의 표차로 참패한 보수당이 진정한 성찰과 쇄신 없이 땜질식 리더십을 세운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과정이 어떻든 제1 야당 대표의 진술 번복 요청 등 실정법 위반 의혹이 불거진 이상 그냥 덮고 갈 수 없게 됐다. 제기된 의혹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서 의원 등은 두 번 죽게 될 것이고, 의혹이 사실이면 홍 대표 역시 자리는 물론 정치생명까지 잃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의혹을 제기한 서 의원이나 이 의원에게 먼저 진실을 밝힐 책임이 있다고 본다. 홍 대표의 부당한 행위를 입증할 녹취록 등 증거가 있으면 가감 없이 전모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서 의원이 사안의 중대성을 외면한 채 "누구보다 홍 대표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변죽만 울리는 것은 '정치적 흥정'이나 협박과 다름없다. "(홍 대표가 항소심에서 진술번복을 요청했다는) 객관적 자료를 갖고 있다"면서도 꾸물대며 뒷감당을 못하는 이 의원의 행태도 석연찮다..
홍 대표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본인은 "더럽게 배운 정치로 해볼 테면 해 보라"며 개인 간 싸움으로 몰고 갈 뿐, 이 추태를 바라보는 보수진영의 황망한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 홍 대표는 "보수쪽에 기울었던 분들이 요즘 모조리 중간지대에서 '침묵의 방관자'로서 살려고 한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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