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부터 외국인자금 유입돼
연초부터 23.5% 상승률 기록
“특정주식 의존도부터 벗어나야”

코스피지수가 2,000에서 2,500으로 도약하는 데는 무려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시가총액은 1.6배(996조→1,626조원)로 불었고, 주도 업종도 조선ㆍ철강에서 전기전자로 바뀌는 등 변화도 많았다. 다만 코스피가 서둘러 3000 시대를 맞으려면 지나친 삼성전자 의존도부터 우선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0포인트(0.21%) 오른 2,501.93으로 마감, 지난 2007년 7월 25일(2,004.22) 처음 2,000선을 넘어선 지 10년여 만에 역사적인 2,500선에 등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 때 1,000선을 밑돌기도(2008년 10월 24일 938.75) 했고, 2010년 2,000선을 회복하고도 6년간 박스권만 오가는 부진을 겪기도 했다.
분위기는 작년 말부터 반전됐다. 세계 증시 호황에 힘입어 외국인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연초 2,026.16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지난 5월 전고점(2011년 2,228.96)을 뛰어넘어 이날까지 23.5%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다만 ‘겉보기만 높은 주가’라는 한계 역시 뚜렷하다. 대장주 삼성전자를 빼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전체의 21.6%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날 기준 350조6,000억원)은 2위 SK하이닉스(58조1,000억원)의 6배나 되고, 상위 2~10위 종목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이날 270만2,000원으로 마감된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만 50%나 올랐다. 엄청난 덩치에 주가까지 급등한 삼성전자가 홀로 코스피를 끌어올린 거나 마찬가지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삼성전자를 제외한 현재의 코스피지수를 1,941.86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전히 2,00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요즘 같은 상황에선 증시가 특정 주식의 고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지수도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독주 체제를 벗지 못하는 한 코스피 질주를 마냥 반길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다.
최근 증권사들은 코스피 전망치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연내 코스피가 2,600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보기술(IT) 기업실적 개선과 해외 증시 강세에 힘입어 2,500 돌파는 기정사실이었다”면서도 “연말까지 2,550 이상으로 추가 상승은 하겠지만 상반기만큼의 상승 속도는 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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