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에 기초과학 분야 노벨상은 일종의 ‘갈증’이다. 옆 나라 일본은 2014년과 2015년 물리학상 2연패를 비롯해 화학ㆍ생리의학상에서 골고루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지만 한국의 기초과학 분야 수상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에서 1993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주인공 리처드 로버츠 박사는 “노벨상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서 나오는데, 실패해도 자유롭게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로버츠 박사는 1977년 감기 바이러스를 이용해 DNA 속의 유전자가 몇 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분단 유전자’임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현재는 영국 뉴잉글랜드 바이오랩스 과학수석을 맡고 있다.
그는 “노벨상을 받기 위해선 굉장히 운이 좋아야 한다”며 “아무도 처음부터 노벨상 수상을 생각하고 연구를 시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경우 말이 되지 않는 결과에 봉착하는데 그것은 자연의 메시지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버츠 박사는 스스로 “반항아 같은 기질이 있어 누가 시키며 흥미가 없어져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이 뭔가 더 많이 안다는 전제가 있는데, 오히려 창의력은 젊은이들이 더 발휘한다”며 “연구 역사 자체가 짧은 한국은 젊고 재능 있는 과학자들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지원하되, 상업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라고 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율리엔 지에라스 노벨생리의학상 심사위원도 같은 견해를 폈다. 지에라스 위원은 “모든 노벨상 수상자들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두려워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 이어간 공통점이 있다”며 “연구비를 담당하는 기관들은 도전적인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에라스 위원은 간간이 논란이 되는 ‘최대 3명 공동수상’과 ‘생존자만 수상’ 등 노벨상 규정에 대해 “수상자 규정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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