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딸 치료비 명목 등으로 12억8,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이영학(35ㆍ구속)이 실제로는 750만원의 병원비만 쓴 사실이 확인됐다. 또 아내 최모(32)씨 변사 사건을 둘러싸고 타살 의혹이 불거졌지만 경찰은 사실상 자살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영학 딸이 치료를 받은 서울대병원과 고대안암병원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영학이 치료비로 총 750만원을 낸 것으로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이미 이영학 후원계좌 3개를 분석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12억8,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후원계좌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송금된 금액이 2억원 가량에 달하지만, 이영학이 수신자명을 ‘서울대병원’으로 조작했을 가능성이 커 실제 치료비에 사용한 돈은 훨씬 적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영학이 후원금을 송금한 병원 이름 수신 계좌를 차명계좌로 의심하고, 이처럼 수신자명을 조작해 다른 계좌로 송금한 금액이 추가로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치료비 외 남는 돈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파악하기 위해 이영학 신용카드와 계좌 분석을 함께 하고 있다.
이영학 아내 최씨가 애초에 알려진 화장실이 아닌 바로 옆 딸(14) 방에서 떨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타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영학 집에서 50m 떨어진 옥상 폐쇄회로(CC)TV가 딸의 방 창을 비추고 있지만, 여기서 투신한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며 “화장실에서 아내가 스스로 투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살에 무게를 두는 근거로 최씨가 투신 직전 이영학에게 모기살충제 용기로 폭행을 당한 뒤 피를 흘렸는데, 해당 혈흔이 화장실 전구 스위치와 창문 틀에 묻어 있는 점을 제시했다. 이영학에게 폭행 당한 뒤 스스로 화장실 창문을 통해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옥상에서 뛰어내렸을 가능성도 점검했지만, 옥상 담 위는 먼지가 자욱한 상태로 누구도 손을 대고 올라간 흔적이 없었다. 또 이영학이 피해자의 경우처럼 최씨에게도 수면제를 먹이고 떨어트린 게 아니냐는 타살 의혹에 대해 경찰은 “최씨 부검결과 수면제 등 기타 약물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내 성매매 동원 의혹도 수사 중인 경찰은 이영학 휴대폰에서 발견된 동영상과 통화기록을 바탕으로 13명의 성매수남을 확인, 9명을 성매매 혐의로 입건하고 나머지 4명은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이날 북부지법은 딸 이양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망할 염려가 있고 소년으로서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북부지검은 25일 사체유기 및 미성년자 유인 혐의를 추가해 이양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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