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국회서 잽 날리자”
당내 반발 무릅쓰고 의원 설득
김학용 “애초 보이콧 왜 했나”
“방문진 이유로 보이콧 어불성설”
국민의당ㆍ바른정당 입모아 쓴소리
與도 “제1야당 책무 다하라” 일침
자유한국당이 26일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한 지 나흘 만에 회군했다. 그러나 복귀하자마자 여당과 충돌해 국감 파행을 야기하는 등 하루 종일 소동을 일으켰다. 당 안팎에서 “전략 부재”, “보이콧 상습범” 비난도 몰아쳤다.
한국당은 30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감 보이콧 철회 여부를 논의한 끝에 ‘원내 투쟁’으로 결론 지었다. 의총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했으나 원내지도부의 복귀 의지가 강했다. 특히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원내 전략상 미리 알리진 못했지만, 보이콧을 시작할 때부터 애초 오늘을 복귀 시점으로 잡았다”며 의원들에게 보이콧 철회를 설득했다. 또 “(무하마드) 알리처럼 한방에 KO 시키는 방법만 있는 게 아니라, 잽을 여러 번 날려 상대를 넘어뜨릴 수도 있는 것”이라며 효율적인 원내 투쟁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의총에선 ‘빈 손 회군’을 성토하는 의견도 만만찮았다. 성일종 의원은 “여당 원내대표가 우리의 보이콧 투쟁을 조롱하기까지 했는데 이렇게 빈손으로 돌아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대했다. 최고위원인 김태흠 의원도 “이미 원내대표가 복귀로 방향을 정해버리면 토론은 왜 하느냐”며 “야당으로서 ‘벼랑 끝 전술’이라도 써야지 이게 뭐냐”고 비판했다. 김학용 의원은 “며칠 안돼 철회할 거면 애초에 보이콧은 왜 한 것이냐”며 원내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를 비롯해 원내대표단이 연단에 나서 의원들의 마음을 돌렸다. 원내수석대변인인 정용기, 원내부대표인 민경욱 의원 등은 “원내외를 들락날락하는 ‘게릴라 전법’도 전술이 될 수 있다”, “명분에 집착하지 말고 원내에서 투쟁하자” 등의 논리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이 복귀를 결정했지만 국감장은 순탄치 않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국감에서는 도종환 문체부 장관의 불출석을 놓고 여야 간 공방으로 국감 중단 사태까지 벌어졌다. 도 장관이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성화를 인수하러 그리스로 떠나면서 국감에 나오지 못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거세게 문제를 제기했다. 여야는 50여 분간 국감을 중단하고 논의를 거친 끝에 다음달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추가질의를 하기로 합의하고 가까스로 회의를 속개했다.
보이콧과 자진 철회를 넘나드는 한국당을 향해 같은 야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김수민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애초에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문제로 국감을 보이콧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박정하 바른정당 수석 대변인은 “누구를 위한, 누구의 보이콧이었나. 시간만 날렸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복귀를 반기면서도 상습적 보이콧에 일침을 놨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보이콧은 공영방송을 망쳐온 인사들을 옹호하려 스스로 ‘한국당 패싱’의 길로 들어서는 길이었다”며 “이제라도 1야당의 책무를 다하기를 기대하겠다”고 논평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국감 때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 처리를 이유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보이콧했다. 올해도 지난달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국회 일정을 거부했다. 모두 일주일 만에 스스로 철회해 ‘빈손 회군’ 비판을 받았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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