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을 밝혀줄 올림픽 성화가 24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되었다. 성화는 일주일간 그리스를 달린 뒤 11월 1일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평창 성화는 ‘모두에게 빛나는 불꽃’이란 주제로 7천 5백 명의 주자가 2,018km에 이르는 봉송구간을 달려 2월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장에 도착해 17일 간 타오르게 된다.
올림픽 성화 봉송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시작됐고, 1950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 정식 채택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필자는 애틀랜타 올림픽을 시작으로 열 번의 올림픽에 참여하면서 성화가 갖는 다양한 가치를 살펴볼 수 있었다.
첫째, 올림픽 성화는 쿠베르탱이 주창한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을 상징하는 불꽃이다. 성화는 냉전 해소(서울), 원주민과의 갈등 해소(시드니), 9ㆍ11 테러 후 상처의 치유(솔트레이크) 등 올림픽의 이상을 잘 부각시키고 있다.
둘째, 성화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안겨준다. 직접 성화를 들고 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성화를 통해 인간에 대한 따뜻하고 뭉클한 감정을 느낀다. 애틀랜타에서 파킨슨병을 앓으며 불굴의 정신으로 성화대에 선 복싱 영웅 알리, 수많은 거리 인파 속에 환호를 받으며 브라질 거리를 뛴 축구스타 펠레, 9ㆍ11 테러 후 미국 사람의 애국심의 상징으로 단체 성화주자로 나선 미국 아이스하키팀, 호주 원주민으로서 화합의 상징으로 성화 봉송을 한 프리만 등이 감동의 대표적 주자들이다. 평창 봉송에도 그리스에서 박지성이 이미 주자로 나섰고 다양한 인생 스토리를 가진 인물들이 다수 주자로 나선다.
셋째, 성화 봉송로와 봉송 방법의 다원화를 통해 국가 및 도시 홍보의 장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아테네올림픽 글로벌 성화 봉송 당시에는 뉴욕의 맨해튼, 남아공의 테이블 마운틴, 리우의 예수상, 중국의 만리장성 등이 성화 루트에 포함되었다. 런던올림픽에서는 런던아이에, 소치 때는 우주정거장에 성화가 가기도 했다. 평창 성화도 꽃가마, 돛단배, 군함, 로봇, 자전거 등 다양한 수단으로 인천대교, 순천만, 호미곶, 경복궁 등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방문할 예정이다.
넷째, 성화 봉송은 기업들의 마케팅 및 홍보 플랫폼이 되기도 한다. 코카콜라, 삼성전자, KT가 성화 봉송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으며, 한화가 성화봉을, 현대 기아차가 자동차를 후원하는 등 소비자와 만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성화 봉송은 17일인 올림픽 축제기간을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우 101일, 평창 동계패럴림픽의 경우 8일 동안 성화 봉송이 진행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경제, 평화, 문화, 환경, ICT 올림픽을 추구하고 있다. 성화 봉송은 이런 올림픽 개최 목표를 강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평창에 오는 성화가 대내적으로 갈등을 치유해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대외적으로 평화의 불꽃이 되어 대한민국을 환하게 밝혀주길 기대한다.
김주호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 기획홍보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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