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사장 부친 살해 피의자
범행 전에 ‘위치추적’ 등 검색
사전 계획범죄 정황 짙어져
범행당일 휴대폰 끄고 추적 회피
6일 전 용인 고급주택가 방문도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허모(41)씨가 범행 전 휴대폰으로 ‘고급주택’, ‘가스총‘ 등의 단어를 검색했던 사실이 드러나 치밀한 사전 계획에 의한 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30일 허씨 핸드폰을 디지털 포렌식(데이터 복원) 한 결과 허씨가 범행 전 이들 단어 이외에도 ‘핸드폰 위치추적’, ‘수갑’ 등의 단어를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 동안 허씨는 경찰에서 “양평에 부동산 일로 갔다가 주차 시비가 붙어 살해했다”고 진술,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허씨가 ‘고급주택’이나 범행 도구로 쓰이는 ‘가스총’, ‘수갑’을 검색한 것이 드러나면서 수도권 부유층을 노린 계획범죄가 아니냐는 추정에 힘이 실린다. 인터넷 검색단어와 허씨가 8,000만원의 채무로 월 300만원의 이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경찰의 진술도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윤씨의 집 주변은 고급 주택이 많은 반면 관할 양평경찰서와는 25㎞, 파출소와도 4㎞나 떨어져있는 상대적으로 방범 치안에 취약해 사설 방범회사의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씨는 양평에서 윤씨(68)씨를 살해하기 6일 전인 19일에도 용인의 한 고급주택가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나 사전에 치안 상황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찰이 허씨 차량 블랙박스를 수거, 삭제된 영상을 복구하면서 확인했다.
숨진 윤씨의 지갑과 휴대폰이 사라진 것도 돈을 노린 범죄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계획 범행을 의심할만한 정황은 앞서서도 있었다. 허씨가 숨진 윤씨 살해 당시 치명적인 신체부위인 목을 표적으로 노린데다 10차례나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점으로 미뤄 우발적 범행이라는 진술의 신빙성은 낮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반면 윤씨는 범행 직후 ‘살인’, ‘사건사고’ 등을 검색한 것으로 드러나 처음부터 살인을 저지를 의도는 낮다는 분석도 있다.
허씨가 범행 직전인 25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세 차례나 윤씨의 집 주변을 사전 답사한 정황도 계획범죄의 증거로 의심된다. 범행 당일 휴대폰을 끄고 다닌 것도 위치 정보를 남기지 않으려는 회피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 허씨가 ‘핸드폰 위치추적’ 이라는 키워드 검색을 통해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발신을 하지 않으면 위치추적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허씨가 엔씨소프트가 제공하는 ‘리니지’ 게임을 즐기다 고가의 아이템 거래 로 많은 빚을 져 보복을 위해 윤씨에게 접근했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허씨는 25일 오후 7시 30분쯤 양평군 윤씨 자택 부근에서 윤씨를 흉기로 목과 가슴 등을 찔러 살해한 혐의로 29일 구속됐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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