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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명분 없는 야당 통합 논의

입력
2017.10.30 14:3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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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합당이나 연대, 후보 단일화 등의 연합정치는 선거구도를 바꾸기도 하고, 정계개편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정당연합은 이념이나 노선을 중심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념적 스펙트럼을 공유하는 정치세력 간의 연대가 아니더라도 정치적 성향을 달리하는 정당 간 연합도 드물지 않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ㆍ기사 연합이라든지 기민당과 사민당 연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1990년의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합당은 물론이고 1997년 DJP연합도 정치적 배경이 다른 정당의 통합 및 연대였다. 3당합당과 DJP연합은 내각제를 고리로 했으나 약속은 파기되었다.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이념적ㆍ정책적 기반을 공유하지 않는 정치공학적 연합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다.

지금의 정당구도는 지난 총선의 산물이다. 헌정 사상 초유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는 사건 이후 새로운 정부와 집권세력이 들어섰다. 지난 20대 총선 때의 정당지지도는 지금과는 괴리가 크다. 조변석개로 변하는 민심에 맞춰 정당의석 분포를 수시로 변경할 수는 없지만, 의석수와 유권자의 표심의 괴리가 지나치면 대의제 민주주의의 정신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합당이나 연대 등의 정당연합은 오히려 정치의 역동성을 높인다.

그러나 작금의 정당 통합 논의는 의석 분포와 민심의 괴리를 보정하는 것과는 차원과 방향이 다르다. 선거 승리를 위한 연합정치도 최소한의 원칙은 있어야 한다. 1990년의 3당합당과 1997년의 DJP연합 모두 동상이몽의 정치공학적 계산에 입각했지만, 정치적 연결고리로서 내각제 개헌이란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있었다. 지금의 통합논의는 당 소속 의원들의 구심점이 될 리더십과 그런 최소 명분도 없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북한 핵ㆍ미사일 도발에 따른 외교적 사안과 안보위기조차 정권비판의 정쟁도구로 삼는 구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국민을 통치의 객체로 전락시키고 정권의 안위와 유지를 위해 안보위기를 부풀리고, 냉전주의에 편승하여 독재정권을 보위했던 권위주의의 판박이다.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는 그 동안 중도진보의 거추장스러운 외피를 벗고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키기 위한 우클릭 행보에 나섰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이 주장하는 개혁보수의 정체성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에 대한 보수야당 프레임은 과분하다.

국민의당 내부의 안철수 그룹과 진보적 호남 중진들과의 지향 차이는 정당 내부의 다양성이란 개념으로 설명할 단계를 넘었다. 바른정당 내의 통합파와 자강파의 괴리는 보다 본질적이다.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정당체제는 표피만 다당제일 뿐이다. 민심의 왜곡이 보정되는 정당재정열이 아니라면 야당들의 통합논의는 ‘정치공학’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정당통합은 각 정당 내부의 정책과 노선이 다른 의원들이 이합집산하는 정당 재정열이 될 수 있을 때 의미를 띤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인 주권자가 국정농단 세력을 파면한 촛불혁명 1주년을 맞았다. 촛불의 테제는 왜곡되고 일탈된 구체제의 청산이다.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적폐의 청산은 촛불민주주의의 기본 명제이며 국민의 요구이다. 그러나 적폐청산은 미래와 조응하면서 외연이 확장될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미래는 부정의와 불평등을 광정하고 총체적 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의 확립이다. ‘청산’과 ‘미래’가 동의어인 까닭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당구도에서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야당의 수구적 행태와 극우적 인식 때문이다. 야당의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은 시대에 대한 정확한 독해가 우선될 때 설득력을 갖는다. 퇴행적 정당문화의 청산을 바탕으로 하는 정당 재정열이 시급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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