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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적’ 표현이 ‘배려심 많다’로… 유력 부모ㆍ자녀 등 학생부 조작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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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적’ 표현이 ‘배려심 많다’로… 유력 부모ㆍ자녀 등 학생부 조작 적발

입력
2017.10.30 13: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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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조작 관련 내용을 주고받은 경북의 한 사립고교 교장과 교무과장의 문자메시지 갈무리.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학생부 조작 관련 내용을 주고받은 경북의 한 사립고교 교장과 교무과장의 문자메시지 갈무리.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일선 사립 고등학교에서 교장 주도로 학교 운영위원회 자녀 등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가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인위 조작을 막을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북지역 A고교 교장 B(59)씨와 교감 C(56)씨, 같은 학교법인의 수도권 고교 교사 D(54)씨 등 교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2월 A고교 재학생 5명(당시 1∼2학년)의 학생부를 무단으로 고친 혐의를 받고 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ㆍNEIS)에 입력된 학생부 내용을 출력해 수정사항을 표시한 뒤 담임교사에게 바꾸도록 지시했다.

조작은 주로 학생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의 표현을 삭제하고 긍정적인 내용으로 수정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실례로 한 학생에 대한 ‘의존적’ 표현은 조작과정을 거쳐 ‘배려심 많은’이란 내용으로 바뀌었다.

B씨는 학생부 출력물에 빨간색 글씨로 해당 학생의 부모 직업을 적어 내부에서 조작 대상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작 특혜를 받은 학생 5명 중 2명은 부모가 학교운영위원회 소속이고, 나머지 3명은 학교 운영에 영향력을 가진 부모의 자녀라고 경찰은 밝혔다. 구체적인 직업군은 밝히지 않았다.

수도권 고교 교사 D씨는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자신이 재직중인 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학생부 수천자를 조작한 혐의다. 해당 학생은 올해 서울지역 대학에 수시 합격했다.

수사결과 학사관리 시스템의 허점도 여실하게 드러났다. 조작이 이뤄진 ‘나이스’는 규정상 담임교사와 해당 과목 교사만 수정할 수 있지만 이번처럼 교장이 조작에 가담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중간과정의 조작행위 확인이 불가능한 점과 학생부 관리를 맡고 있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내부 교원만으로 채워져 견제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도 허점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교사, 학부모와의 사전 공모 및 대가성 여부에 대해 수사를 하는 한편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외부위원 참여 등 제도개선책을 교육부에 건의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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