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기자회견에 임하는 신태용 감독/사진=KFA
깜짝 발탁은 없었다. 2~3일의 소집 기간으로는 전술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경기력 개선을 위해서 신태용(47) 축구 대표팀 감독이 제시한 거의 유일한 해법은 선수들에게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투혼을 당부하는 것밖에 없었다.
신 감독은 30일 오전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다가올 11월 콜롬비아ㆍ세르비아와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23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나부터 강해지겠다”며 ”몸을 아끼지 않고 정신적으로 투혼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별다른 변화 없이 정신력과 투지만을 강조하기에는 경기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데다 주어진 시간마저 너무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팀에게는 이제 불과 7개월이 남았다. 이 중 실제 대표팀이 모여 손발을 맞출 시간은 최대 6~7주로 분석된다. 준비할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뾰족한 돌파구 없이 골든 타임만 하염없이 흘러가는 양상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11월 홈 평가전도 좋지 않으면 여론은 정말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표팀은 다음 달 10일 콜롬비아(수원 월드컵 경기장), 14일에는 세르비아(울산 문수 경기장)를 상대한다. 안방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들끓은 비난 여론을 어느 정도 잠재워야 할 숙제를 안았다. 이후 12월 1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에서 본선 향배를 가늠할 조 추첨식이라는 중대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 기간 대표팀은 1일부터 6일까지 국내 훈련을 진행하고 일본으로 떠나 동아시안컵 타이틀 방어에 임한다. 12월 9일 중국과 1차전을 시작으로 북한(12일)ㆍ일본(16일)과 각각 경기를 치른다. 한일전은 천당과 지옥을 오갈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내년 대표팀의 시계는 더욱 숨 가쁘게 돌아간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내년 3월 A매치 데이 때 해외파와 K리거가 4개월 만에 다시 모여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5월은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국내 평가전 1경기가 예정돼 있다. 이후 원정 평가전 1∼2경기를 더 치르고 러시아에 입성한다. 아울러 5월 첫째 주 월드컵에 나갈 예비 명단 30명이 가려지고 같은 달 셋째 주에 최종 엔트리 23명이 확정된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1ㆍ2월에는 동계훈련이 잡혀있다. 한ㆍ중ㆍ일 프로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위주로 2주간의 훈련을 한다”며 “3월 2차례 평가전을 벌이고 5월이 정말 중요하다. 출정식부터 유럽 원정 평가전과 베이스캠프까지 다 합쳐 3주 정도 정예 멤버가 손발을 맞출 시간이 주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촉박한 범위 내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표팀을 지원할지에 대해서는 “결국 평가전 상대를 잘 잡아야 한다. 신 감독은 꾸준히 강팀을 원하는데 이 평가전을 어떻게 잡아주느냐 여부와 곧 합류할 외국인 코치 등이 요구하는 것들을 최대한 지원해주는 부분이 있겠다”고 덧붙였다. 신 감독은 “외국인 코치가 11월부터 합류할 것 같다. 계약이 성사 단계에 있고 사인만 남은 상태다. 월드컵 경험이 있고 유럽 선수권 대회도 2차례 나갔던 분”이라고 확인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호곤(66) 기술위원장은 “준비를 잘해야 되겠다”고 말을 아끼면서 “대표팀 지원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다소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신 감독의 목소리는 내내 차분함을 유지했다. 취재진의 다소 공격적인 질문에도 침착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종전 거침없던 그와는 조금 다른 자세였다. 신 감독은 “좋지 않았던 점은 인정한다”면서 “이제는 홈에서 월드컵 출전국을 상대로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볼 것이다. 좋은 경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생각하고 있던 선수들을 데리고 손발을 맞추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된다. 조직력을 맞춰서 가야 된다는 생각”이라며 “전체적으로 젊고 많이 뛰는 선수들 위주로 뽑았다”고 전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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