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환자에게 굿과 기도를 해주겠다며 거액을 뜯어낸 6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사기 혐의로 이모(61)씨를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씨는 암환자인 50대 여성 A씨로부터 2014년 3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굿과 기도 값 명목으로 40여 차례에 걸쳐 약 10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수년 전 자녀들의 가정교사를 맡았던 인연으로 A씨와 가깝게 지내왔던 이씨는 수시로 ‘좋은 꿈을 꿨으니 (꿈을) 사라’거나 ‘꿈자리가 뒤숭숭하니 굿을 한번 해야겠다’며 돈을 받아 왔다. 특히 이씨가 암 진단을 받은 뒤엔 ‘쾌유를 비는 기도’나 ‘제사상에 올릴 물품 값’ 등의 명목으로도 한 번에 수백 만원씩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의 실체는 A씨가 지난해 4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면서 드러났다. 남편이 아내 신변을 정리하던 중 A씨가 쓰던 은행계좌에서 수년간 거액이 이씨와 그의 남편·동생 등에게 송금된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굿과 기도 값이었다”며 “실제로 굿을 해줬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언제, 어디서 굿과 기도 등을 했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A씨로부터 돈을 받은 뒤, 무속인이 굿을 하거나 기도하는 사진 등을 A씨에 보냈지만, 실제 이씨를 위한 기도나 굿이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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