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오른쪽) KIA 감독/사진=KIA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세 번째 가을은 다르다.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이끄는 김기태(48) KIA 감독이 '독한 승부수'까지 갖추고 돌아왔다. 과감한 결단력으로 이번 가을야구 무대를 휘어잡고 있다.
김 감독을 대표하는 말은 '형님 리더십'이다. 맏형처럼 친근하고 따뜻하게 선수단에 다가가는 김 감독을 그대로 담아낸 말이다. 행여 선수에게 상처라도 될까 공개적인 장소에서 선수 평가에 대한 언급도 자제하는 편이다. 이런 김 감독의 리더십은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을 보여주곤 한다. 적장 김태형(50) 두산 감독도 "친화력이 좋은 감독이다"고 엄지를 들 정도다.
하지만 올 가을에는 '승부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을 상대로 매 경기 승부수를 띄우면서 밀리지 않고 있다.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미디어데이에서 "상대에 비해 우리 팀이 어떤 점이 부족한지 공개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이긴다는 것이다. 이길 수 있는 준비는 돼 있다"며 내보인 자신감을 KS에서 증명하는 중이다.
'변화'도 서슴없이 택하고 있다. 지난 KS 3차전에서는 선발 라인업에 8번 타자 중견수로 김호령(25)을 내고, 나지완(32)을 뺏다. 김호령의 이번 KS 첫 선발 출장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낮 경기이고, 잠실이다 보니 수비 강화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한 방이 있는 타자 나지완은 찬스를 위해 벤치에 앉혔다.
4-3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9회 2사 3루에 김민식(28) 타석에서 대타 나지완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7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던 나지완은 상대 마무리 김강률의 2구째를 통타해 그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김기태 감독의 대타 카드가 적중하면서 KIA는 6-3으로 이겼다. 나지완은 경기 후 "스타팅에서 빠진 게 자극이 됐다"면서도 "경기 전 감독님께서 중요한 찬스에 대타로 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준비를 잘 했던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형님'처럼 선수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모험을 걸 줄 아는 사령탑의 면모가 돋보인 부분이다.
4차전에서는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마운드를 운용했다. 4차전 KIA 선발로 나선 임기영(24)은 첫 포스트시즌 무대임에도 6회 2사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2사 후 오재일(31)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고, 우익수 이명기(30)의 실책까지 겹쳐지면서 2사 2루에 놓였다.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자 김기태 감독은 81개 밖에 던지지 않은 임기영을 내리고 불펜을 가동했다. 두 번째 투수 심동섭(26)은 최주환에(29)게 볼넷을 내줬지만, 곧바로 마운드를 이어 받은 김윤동(24)은 2사 1·2루에서 양의지를 우익수 뜬공 처리해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김 감독은 "승부처라고 봤다"며 임기영을 일찍 내린 이유를 밝혔다. 마운드가 버틴 KIA는 5-1로 승리하며 기세를 더욱 올렸다.
김 감독은 사령탑에 올라 세 번째 가을을 치르는 중이다. 두 번의 가을 기억은 '실패'로 남았다. LG 감독시절이었던 2013년 팀을 정규시즌 2위로 올려 놓으면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지만 두산에 1승3패로 밀려 KS행은 좌절됐다. 지난해에는 KIA 지휘봉을 잡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LG와 맞붙었지만 1승1패에 그치면서 준PO 무대에 서지 못했다.
하지만 세 번째는 다르다. 감독으로 치르는 첫 KS에서 승부사 기질을 제대로 발휘하면서 가장 높은 곳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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