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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 “모성애, 꼭 필요한 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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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 “모성애, 꼭 필요한 설정이었다”

입력
2017.10.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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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후회투성이입니다. 난 한참 멀었습니다. 하하.”

신작 ‘희생부활자’로 돌아온 곽경택 감독의 첫 마디다. ‘극비수사’ 후 2년 만에 복귀한 곽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 냉정했다. 새롭게 도전하는 소재와 장르인 만큼 어느 작품보다 공을 들였음에도 정작 스스로에게 박했다. 결과물과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도전을 꿈꾸기 때문일터다.

영화는 국내 최초 전 세계 89번째이자 국내 첫 희생부활자(RV) 사례로, 7년 전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엄마가 살아 돌아와 자신의 아들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김해숙, 김래원이 주연했다.

- ‘희생부활자’의 어떤 점이 아쉬웠나.

“믹싱할 때는 괜찮았는데, 편집본을 보니 아쉬웠다. 시나리오를 쓸 때나 편집할 때 계산을 해놓는데 시퀀스를 덜어내면 계획한 이음새가 아니니 연결의 힘이 빠진 것 같다. 그나마 다행히도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김해숙, 김래원 등 배우들이 참 열심히 했다.”

-배우들의 어떤 연기가 좋았나.

“김래원은 굉장히 어려운 역할을 맡았다. 서진홍은 계속 당황하고 놀라고 혼란스러워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웃는 모습이 딱 한 장면 있는데 사법고시에 패스하고 친구들과 놀러나갈 때다. 그 장면을 오전부터 배우들과 연습하고 있더라. 자신이 웃는 장면 딱 한 장면밖에 없다고 하는데 너무 미안해졌다. 김해숙 선생님은 아주 이기적인 모성애를 지닌 엄마 모습과 복수의 화신 같은 모습을 잘 표현해주셨다. 연기로는 흠 잡을 데가 없다.”

-박하익 작가의 소설 ‘종료되었습니다’가 원작이다. 이 영화를 만들고자 한 원동력이 있다면.

“늘 새로운 것에 대한 숙제를 항상 안고 있다. ‘새로운 게 뭔데?’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사실 새로운 걸 만들지 못한다면 창작자로서 기능은 떨어지는 거다. 내가 새롭고 재미있어야 그 에너지로 관객들에게 새롭고 재미있는 영화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러닝타임이 91분으로 짧은 편이다.

“원작 소설에서 읽었던 몰입감과 빠른 전개만 남기자는 생각으로 덜어내다 보니 러닝타임이 짧아졌다. 그 중에서도 욕심을 낸 게 모자지간의 정과 검찰과 경찰의 갈등 구조였다. 조직의 부딪힘을 좀 더 표현하고 싶었다.”

-희생부활자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나는 사실 좀비세대가 아니다. '전설의 고향' 세대다.(웃음) 희생부활자를 표현함에 있어 귀신의 느낌으로 가야할지 좀비 느낌으로 가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생각을 하다 보니 죽은 사람이 살아난 이유가 한이 맺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좀비보다는 귀신의 느낌으로 포지션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교훈적인 메시지가 눈에 띈다. 권선징악적인 결말이다.

“영화 속에 법, 복수, 용서 이런 내용을 담고 싶었다. 사실 평소에 안하려는 고민을 하다 보니 괴로웠다. 같이 공동제작하는 여동생(곽신애 대표)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용서의 가치가 없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겠나?라는 식의 결말로 맺어진 것 가다.”

-엄마가 아닌 애인이나 타인이 희생부활자였다면.

“그럼 영화를 못 만들었을 것 같다. 성동일 선배가 죽었다 살아난 희생부활자가 모성으로 끝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건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 것처럼 이게 원작 설정이 애인이었거나 또 다른 관계였다면 영화화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원작에서도 아들과 엄마의 이야기로 포지셔닝이 돼 있다.”

-계속 비가 내리는 설정을 넣었는데.

“모든 생명체의 근원은 물이다. 물부터 찾지 않나. 죽었던 누군가가 살아 돌아온다면 물의 힘을 빌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가 주는 공간적인 느낌도 배제할 수 없었다. 스태프들을 많이 독려하며 촬영했던 것 같다.”

-조선족들을 악인으로 표현했다.

“감독으로서 참 미안하다. ‘태풍’을 찍을 때 중국 동포들의 삶의 행적을 보고 나서 굉장히 미안한 마음을 느끼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결국 핑계밖에 안 되겠지만 차이나타운 특유의 이질감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조선족 범죄자로 김민준이 특별 출연했는데.

“‘사랑’에서 맡았던 인물의 조선족 버전이라고 이야기해줬다. 사실 그 당시에도 김민준의 연기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또 육체적으로도 김래원에게 밀리지 않을 배우가 필요했다. 고민하다 다른 작품을 촬영 중인 김민준에게 부탁했다. 흔쾌히 응해줬고, 현장에서도 재미있게 촬영했다.”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힘들 법도 한데.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안 하나 싶다.(웃음) 감독은 최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직업을 폼 잡는 것이라고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감독이 되기 위해 공부하던 시절 잿밥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감내해야 하는 것들을 생각 안 한 채 단순히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면 백전백패다.”

-꼭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있나.

“스스로 멍청한 짓을 안 했으면 한다. 뒷걸음질만 안 쳤으면 좋겠다. 혼자 실패의 구덩이에 빠져서 허우적대면 다시 밖으로 나오기가 너무 힘들다.”

사진=쇼박스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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