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집값 부담ㆍ노후 대비에… 지갑 닫는 가계
“소득증가율 낮아지는 가운데 평균소비성향도 크게 감소”
최근 가계의 소비부진은 소득이 늘지 않아서뿐만 아니라 가계가 소비 자체를 줄인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9일 발표한 ‘소비 요인별 분해를 통해 본 최근 소비지출 특징’ 보고서는 “최근 5년간 평균소비성향이 급락하면서 전체 소비지출을 끌어내렸다”고 밝혔다. 소비성향의 하락은 가계가 쓸 수 있는 소득에서 소비지출의 비중을 줄였다는 뜻이다. 소비성향에는 소득분배구조, 주거비 변화, 고령화 정도, 소득의 불확실성, 가계부채 등이 영향을 미친다.
연구원이 2005~2010년(과거 5년)과 2011~2016년(최근 5년) 두 시기의 소비지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과거 5년간 가계의 연평균 소비지출은 4.1%씩 증가했지만 최근 5년엔 연 1.3% 증가에 그쳤다. 4.1%씩 소비가 증가할 때는 소득이 늘어난 영향이 4.3%포인트, 소비성향이 줄어든 원인이 -0.2%포인트였지만, 최근 5년간은 소득 증가 영향이 2.9%포인트, 소비성향이 감소한 원인이 -1.6%포인트였다. 소비 증가율이 둔화된 이유가 소득 증가율이 낮아진 것도 있지만 소비성향이 감소한 원인이 더 컸다는 얘기다.
소득수준별로 살펴보면 저소득 가구일수록 소비성향 하락으로 인한 소비지출 감소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 가구의 소비지출 상승률 중 소비성향변동 기여도는 과거 5년 -1.0%포인트에서 최근 5년 -2.7%포인트로 확대됐다. 고소득 가구(-0.9%포인트)와 비교해 매우 컸다. 저소득층일수록 주거비 부담, 소득불확실성, 고령화 심화 등이 닥쳤을 때 대응이 어려워 소비를 더 많이 줄였을 것이란 설명이다.연령별로 보면 전 연령층에서 평균소비성향 하락 영향이 두드러졌다. 청ㆍ장년층(30대 이하)의 경우 과거 5년에는 소비성향이 전체 소비지출에 미치는 효과가 0%로 전혀 없었지만 최근 5년은 -1.9%까지 확대됐다. 또 중년층(40~50대)의 소비성향 변동 효과도 0%에서 -1.5%로 커졌고, 고령층(60대 이상)도 -1.4%에서 -1.6%로 소폭 늘었다.
보고서를 쓴 김천구 연구위원은 “주로 고령층으로 갈수록 노후 준비를 위해 소비성향이 줄어드는 데 최근에는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가계부채 증가와 미리부터 고령화에 대비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소비성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성공하려면 가계의 소득여건 개선뿐 아니라 소비성향을 올릴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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