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후 수백억 횡령ㆍ배임 혐의
당시 MB 조카사위 연루 의혹
영장 재발부 한달 안돼 풀려나
검찰 “수긍하기 어렵다” 반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루 의혹으로 주목 받은 ‘씨모텍 주가조작’ 사건의 ‘무자본기업사냥꾼’ 이철수(58)씨가 구속영장 재발부 한 달도 안돼 보석으로 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적 절차로 보면 다소 이례적인 법원 결정이어서 그 배경이 주목 받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의 보석 허가로 석방됐다. 이씨는 보석 조건으로 보증금 5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김창민(40)씨 등과 공모해 2009년 사채 등을 끌어 모은 300억원으로 코스닥 상장사 씨모텍을 인수하고서 회사자금 수백억원을 빼내 빌린 사채를 갚거나 다른 회사 인수에 쓴 혐의로 올 3월 구속기소됐다. 올 5월에는 사채 변제 목적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허위 자료를 금융당국에 제출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이씨의 인수 후 불법 유상증자와 주가조작, 수백억원대 횡령ㆍ배임으로 씨모텍은 상장 폐지되고, 대표가 자살했으며, 이 전 대통령 조카사위인 전종화씨 연루 의혹까지 나오면서 정치ㆍ사회적 파문이 일었다.
법원은 앞서 이씨가 올 4월 신청한 보석을 같은 해 8월 기각했고, 이후 구속기한(최장 6개월) 만기 전에 구속영장도 추가 발부하고서 한 달도 안돼 보석을 허가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구속 연장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갑자기 보석 허가를 한 것이다. 통상적으로는 구속 만기까지 선고가 나지 않을 경우 보석으로 석방한다.
법원의 보석 결정에는 방어권 보장 필요성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씨는 막바지로 치닫는 공판까지 이씨가 유ㆍ무죄를 강하게 다투고 있다. 이씨는 “주가조작 등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부인해왔다. 검찰은 지난달 반대 의견을 냈지만 보석 허가가 나자 “수긍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이씨 주도로 이뤄진 범행으로 개미투자자의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고, 앞서 횡령 혐의를 받던 저축은행 비리 수사 땐 도주 전력까지 있기 때문이다.
그의 보석 석방에 “이씨가 주범”이라고 주장했던 공범 김씨도 이달 19일 보석 신청서를 내 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씨모텍 부사장에 선임돼 연루 의혹을 받은 이 전 대통령 조카사위 전씨는 사건 발생 6년 뒤인 올 5월 유상증자, 주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검찰 판단에 따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그의 경영 참여가 알려지며 씨모텍은 ‘대통령 테마주’ 반열에 올랐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큰 형 이상은 다스 회장의 사위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