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우리 사회와 정부가 숙제라고 생각하고 다뤄야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9일 연극 ‘사랑해요, 당신’을 관람하며 치매 문제에 대한 정부의 보장 강화 필요성을 호소했다. 2018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본격 심사를 앞두고 ‘치매 국가책임제’를 비롯한 ‘문재인 케어’ 예산의 중요성과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이다. 야당이 문재인 케어 예산에 대해 현미경 심사를 통한 삭감을 벼르는 데 맞선 이 총리의 ‘소프트 파워’ 행보다.
이 총리는 이날 부인 김숙희 여사와 함께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 ‘사랑해요, 당신’을 관람한 뒤 주연 배우 등과 만나 “치매는 고령화 시대에 각 개인이나 가정에 반드시 찾아올 수 있는 문제이기에 사회ㆍ정부가 숙제라고 생각하고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관람한 연극은 아내와 자식들에게 애정이 있지만 마음과 다르게 항상 퉁명스러운 남편이 아내가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지난 4, 5월 초연 당시 전체 56회 공연 중 40회 가까이 전석 매진되는 등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이 총리는 연극 후반부에 눈물을 흘렸다. 이 총리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자는 아들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남편이 ‘네 엄마 없인 내가 못 살아’라는 대사를 듣고부터 흔들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의지하고 밥을 얻어먹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내 삶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총리는 기자 시절이던 1985년 남북이산가족 상봉 당시 치매와 관련한 취재 경험도 전했다. 이 총리는 “북에서 아들이 찾아와 어머니를 만났는데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다. 아들은 '어머니'를 부르며 울부짖는데 어머니는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돌부처같이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며 “모든 기억이 사라져도 어딘가에 아들에 대한 그리움, 기억이 남아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치매 문제의 심각성을 일화를 들어 소개하며 사회적 준비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올해 기준 노인인구는 전체인구 중 13.8%인 708만명, 치매환자는 72만명이다. 치매 어르신이 늘면서 가족갈등과 해체, 조기퇴직, 동반자살까지 사회적 문제 또한 늘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해 올해부터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병원을 확충하고, 내년부터 중증치매환자 본인부담률 인하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국정목표 달성을 위한 일환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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