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일찌감치 내려온 찬 공기
방패역할 해 ‘가을 태풍’도 비켜가
오늘 서울 아침 2도… 주중에야 풀려
올해 태풍이 단 한 개도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태풍 없는 해’가 될 전망이다. 7월엔 노루, 8월 난마돌, 9월 탈림으로 인한 태풍특보가 발효되긴 했으나 모두 일본을 관통하면서 우리나라엔 큰 피해 없이 지나갔고, 10월에 발생한 ‘가을 태풍’ 란과 사올라도 어김없이 일본으로 넘어가 소멸을 앞두고 있다.
기상청은 29일 “태풍 란에 이어 북상 중인 사올라가 이날 일본 오사카 남쪽 해상까지 진출했다가 30일 도쿄 동쪽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 소멸할 전망”이라며 “11월 이후엔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전례가 없는 만큼 올해 태풍 상륙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기상청은 태풍으로 인한 특보가 발효됐을 경우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한다. 올해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22개의 태풍 중 3개의 태풍(난마돌ㆍ노루ㆍ탈림)만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나란히 자리한 두 국가인데 왜 대부분의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가고 일본으로 상륙하는 것일까. 제18호 태풍 탈림 뿐 아니라 란, 사올라 등 ‘가을 태풍’이 일본으로 방향을 튼 이유는 북서쪽에서 평소보다 일찍 내려온 찬 공기 때문이다. 8월 말부터 찬 공기가 한반도로 내려와 평균 최고기온(28.0도)이 지난해보다 약 3도 이상 낮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한반도로 북진하는 태풍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름철에 팽창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가을이 되면 오그라들어 일본 남동쪽 해상으로 밀려나면서, 그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 태풍도 자연스레 일본으로 향하게 된다. 여름 태풍은 각각 장마전선과 고기압의 영향으로 일본으로 향했을 뿐 뚜렷한 경향성은 없다. 다만 지구자전의 영향으로 태풍은 반시계 방향으로 소용돌이 치기 때문에 오른쪽이 더 위험하며 이로 인해 일본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실제 최근 4년간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준 경우를 보면 2014년 23개 중 4개, 2015년 27개 중 4개, 2016년 26개 중 2개 등으로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매미 등 큰 피해를 준 태풍도 있었기 때문에 한반도가 태풍의 안전지대는 분명 아니다.
한편 북서쪽에서 밀려오는 찬 공기의 양이 갈수록 많아져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데다가 태풍 사올라의 간접영향으로 바람도 세게 불어 가을 추위가 찾아올 전망이다. 30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2도, 대구 5도, 광주 6도, 춘천 1도로 내륙지역 대부분이 5도 안팎을 밑돌면서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아침이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다음 날인 화요일에도 추위가 이어지면서 산간과 일부 내륙에 서리가 내리거나 얼음이 관측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가을 추위는 주 중반부터 평년 기온을 회복하면서 누그러지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도 기온변화가 심한 한 주가 예상되는 만큼,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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