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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호랑이, 곰을 홀리다

입력
2017.10.29 17: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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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ㆍ2차전 불펜 대기한 선발 임기영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5⅔이닝 무실점해 팀 승리 이끌어

KIA 통산 11번째 우승에 1승 남아

KIA 사이드암 임기영이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KIA 사이드암 임기영이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KIA 에이스 양현종(29)은 한국시리즈(7전4승제) 2차전 완봉승으로 팀에 큰 울림을 줬다. 1패 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닌 시리즈 분위기를 가져오는 역투였고, 동료들에게도 큰 힘을 줬다. 3차전 승리 투수(7이닝 3실점) 팻딘은 “양현종의 완봉을 보고 ‘두산 타자들도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덕분에 잘 던졌다”고 말했다.

1, 2차전 불펜에서 대기했던 4차전 선발 임기영(25)도 마찬가지였다. 임기영은 “(양)현종이 형에게 감동했다”면서 “야구를 시작한 뒤 결승전은 처음인데, 큰 경기라 굉장히 재미 있을 것 같다. 떨리지 않는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올해 KIA의 선발 한 자리를 꿰찬 사이드암 임기영은 정말 첫 ‘가을 야구’를 즐겼다. 그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안타 6개를 맞았지만 삼진 6개를 뽑아내며 무4사구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사이드암으로 직구 최고 시속은 141㎞에 그쳤지만 직구처럼 오다가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쓰며 재미를 봤다. 이날 던진 81구 가운데 체인지업은 32개로 직구(29개)보다 많았다. 또 슬라이더(12개), 커브(5개), 투심패스트볼(3개)을 섞어 던져 두산 타자들을 흔들었다. 제구 또한 타자 무릎 근처로 낮게 형성돼 땅볼을 유도했다. 이날 잡은 아웃카운트는 모두 땅볼(11개)과 삼진(6개)이었다. 뜬 공은 단 한 개도 없었다.

KIA 버나디나가 1회초 1타점 선제 3루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KIA 버나디나가 1회초 1타점 선제 3루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KIA 타선은 임기영이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1회초부터 2점을 지원했다. 1사 후 2번 김주찬이 두산 선발 유희관의 초구를 받아 쳐 2루타로 연결했다. 1사 2루 기회에서 3번 로저 버나디나는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선제 1타점 3루타를 쳤다. 계속된 2사 3루에선 4번 최형우가 내야 안타로 1점을 보탰다.

2점을 등에 업고 마운드에 오른 임기영은 첫 두 타자를 모두 땅볼로 처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2사 후 3번 박건우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4번 김재환을 1루 땅볼로 막고 실점 없이 넘겼다. 3회말에는 1사 후 민병헌과 오재원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 1사 1ㆍ2루 위기에 몰렸으나 박건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한숨을 돌렸다. 이어 김재환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2루 땅볼로 잡았다. 4회와 5회 큰 위기 없이 넘긴 임기영은 6회말 2사 후 오재일에게 안타를 내준 뒤 좌완 심동섭에게 공을 넘기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KIA 불펜이 6회를 무실점으로 끝내면서 임기영은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0’을 찍었다. 또한 4차전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7회초 뼈아픈 실책을 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7회초 뼈아픈 실책을 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KIA 타선은 7회초에 상대 실책을 틈 타 승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2사 1ㆍ2루에서 김주찬이 유격수 땅볼을 쳤는데, 평범한 타구를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옆으로 흘렸다. 이 때 2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국가대표 유격수의 뼈아픈 실책에 마운드를 지키고 있던 두산 좌완 불펜 요원 함덕주는 흔들렸다. 곧바로 버나디나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4-0, 4점차로 달아난 KIA는 승기를 잡았고, 두산은 맥이 빠졌다. 두산은 8회말 1점을 따라붙었지만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KIA가 결국 5-1로 4차전을 가져가며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만들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승1패 팀의 우승 확률은 16차례 중 15번에 달한다. 확률은 93.8%다. 딱 한 번의 예외는 공교롭게 두산이다. 2013년 두산은 3승1패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도 준우승에 그쳤다.

통산 11번째 우승에 1승 만을 남겨놓은 KIA는 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5차전에서 헥터 노에시를 내세운다.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등판을 예고했다.

양현종이 경기 중 스마트워치로 추정되는 손목시계를 착용한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부정행위 논란이 일고 있다. SBS 중계화면 캡처
양현종이 경기 중 스마트워치로 추정되는 손목시계를 착용한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부정행위 논란이 일고 있다. SBS 중계화면 캡처

한편 더그아웃에서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양현종은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전날 3차전 도중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모습이 TV 중계화면에 잡혔다. KBO리그 규정에는 경기 중 벤치와 그라운드에서 선수와 감독, 코치, 구단 직원과 관계자의 무전기ㆍ노트북ㆍ휴대전화ㆍ전자기기 등 정보기기 사용을 금한다는 조항이 있다.

KIA 구단 관계자는 “선수 본인 말에 따르면 바이오리듬과 심장 박동수를 체크하는 기기라고 한다”며 “그것으로 (경기 중 교신)한 건 결코 아니다”고 설명했다. 4차전에 앞서 조사를 진행한 KBO는 “양현종이 착용한 건 심장박동 수 등을 체크하는 ‘핏빗 블레이즈’라는 건강 보조기구”라며 “휴대폰과 블루투스로 연동하는데, 전화가 오면 알려주고 문자를 확인하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야구와 관련한 어떤 정보도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화 내용 조회에서도 문제가 없더라도 규정 위반은 맞으니 제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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