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ㆍ日ㆍ대만 등 연쇄 핵무장 우려
美 제공 ‘핵우산’ 기능 시험대 올라
트럼프 호전적 언사도 위기 악화 초래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 가능한 핵무기 개발에 힘을 쏟으면서 주변 아시아 국가들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십년 간 이 지역에 제공돼 온 미국의 ‘핵 우산’ 기능에 대한 불안감이 북핵 위협 증대와 함께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우선 한국과 일본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비공식 논의를 넘어, 공식적으로도 연일 거론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최근 여론조사에서 핵무기 개발에 60%가 동의한다고 답했고, 이미 25년 전 철수한 미군의 전술핵 재도입에도 70%가 찬성 의견을 보였다. 일본에선 과거 핵무기 공격을 받았던 경험 탓에 아직 핵무장론이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으나, 한국과 북한이 핵무기를 동시 보유하게 될 경우 일본 내 여론도 순식간에 뒤집힐 공산이 크다. 신문은 특히 최근 일본 총선에서 군비증강은 물론, 일본을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 만드는 평화헌법 개정을 주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압승한 사실을 전하면서 “일본은 핵무기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쌓아두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게다가 북핵 위협 대응 논의는 두 나라를 넘어, 핵무기 개발이 가능한 또 다른 이웃나라들로도 번지고 있다. 실제로 호주와 미얀마, 대만, 베트남 등에서 ‘인접국이 핵무장에 나서면 핵무기 청정국으로 남아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주변국들의 연쇄 핵무장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NYT는 “북한의 핵무기 능력 발전 탓에 역내 국가들의 군사적 계산도 엉클어져 버린 것”이라며 “아시아 국가들에겐 미국이 로스앤젤레스나 워싱턴 등을 겨냥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으려고 자신들에 대한 방어막 제공을 주저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미국의 핵우산 기능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북한뿐만 아니라, 미군주둔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호전적 발언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런 위기를 악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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