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당일 발신전화 ‘수상한 0통’
법원 “도주 우려” 구속영장 발부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 장인을 살해한 피의자 허모(41)씨가 구속됐다. 경찰은 허씨가 엔씨소프트가 제공하는 ‘리니지’ 게임의 고가 아이템을 거래한 정황을 확인, 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이수웅 판사는 29일 허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한 허씨에 대해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허씨는 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에서 오후 8시 50분 사이 양평군 윤모(68)씨 자택 주변에서 윤씨를 흉기로 3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주차 문제로 다투다 순간적으로 욱해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러나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점으로 미뤄 우발적 범행이라는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이날 추가 조사를 통해 허씨가 사건 당일 범행 이전인 오후 3시와 4시 두 차례 더 윤씨의 집 주변을 오간 사실을 확인했다. 또 허씨가 전날과 달리 범행 당일 발신전화를 한 통도 하지 않은 점도 파악, 사건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특히 허씨가 8,000여만원의 사채를 빌려 써 매월 200만∼300만원씩 이자에 허덕이고 있다고 진술한 점에 주목, 돈을 노린 범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허씨가 진 빚이 평소 인터넷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수 있다고 보고, 관련 접속기록을 확인하기 위한 통신 영장도 신청했다.
허씨의 범행과 인터넷 게임인 ‘리니지’를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실제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허씨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300만원에 달하는 리니지 아이템을 산다는 글을 올린 것을 확인했다. 리니지 게임에 사용되는 일부 희귀 아이템은 온라인상에서 1,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사용자간 고가 판매로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허씨의 범행 동기와 경위를 밝히기 위해 사건 당일 전후의 행적과 범행에 사용된 도구를 찾는 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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