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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개가 사람을 물었다

입력
2017.10.29 14:5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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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사람을 물었다. 이미 일파만파인 이 사건은 한류스타 최시원과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키워드로 대중의 논란을 불렀다. 사건은 집 문틈으로 튀어나온 개가 가만히 있던 사람을 문 것이다. 일단 감시를 소홀히 한 견주의 100% 과실이며, 이번 사건의 모든 책임 은 견주에게 있다.

개에 물린 상처는 일반적 상처에 비해서 염증이 심하거나 덧날 확률이 매우 높다. 상처도 제법 심한 편이었다. 그래도 이런 상처가 즉시 패혈증으로 진행하는 일은 드물다. 평소 병력이 없고 건강했던 환자는 상해를 입은 후 5일 간 일상적으로 생활했고, 6일째 갑자기 각혈 증세를 보이며 중환자실에 입원해서 당일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 패혈증이었다.

의사 입장에서는 6일 전에 물린 상처에 있던 있던 균이 환자에게 무증상 균혈증으로 남아 있다가, 6일 만에 갑자기 패혈증 쇼크를 일으키면서 장기를 손상시켜 생명을 앗아가야 한다. 확률상으로 증례 보고에서나 볼 수 있는 매우 드문 일이다. 그래서 그 사이 다른 감염이 동반되었거나 별개의 사건임을 고려할 수 있다. 적어도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사이에 다른 의학적 사건은 전혀 없었고 고인에게는 이미 일어난 일이므로, 이를 매우 드문 증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이전에도 반려견이 사람을 물었던 정황이 있고, 이번 사건에도 통제가 되지 않아 남에게 상해를 입혔으며, 유명인으로 사회적인 책임까지 있는 견주 가족들은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사망 사건 이후 반려견의 일상을 SNS에 올린 일과, 과학적으로 인과 관계가 전혀 없고 책임 회피밖에 되지 않는, 개의 입에서 녹농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리포트를 제출한 것은 유감이다.

나아가 이번 사건에서 두드러진 것은 언론의 활약이다. 초반 보도에서는 마치 즉시 입원하여 투병 후 사망한 것처럼 보도되었고, 사망 날짜도 훨씬 더 이르게 보도되었다. 과학자도 사망 원인을 단정하지 못하는 사안을 확실한 인과관계처럼 보도했다. 게다가 모든 사건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납득해서 조용히 장례를 치른 유가족에게, 추후 법적 공방이나 재산 분배에 관한 기사를 냈으며, 부검이나 수사가 필요한 사항이 아니었음에도 관련 기사를 냈다. 자극적 키워드로 점철된 이 사건을 더 자극적으로 표현하고, 편을 갈라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에 따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실과는 다른 일까지 단정 지은 한 개인에 대한 비난과 인신공격이 있었고, 반려견 문화에 대한 논란이 쏟아졌다. 게다가 인격적으로 망자를 추모하고 있던 유가족에게 수상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안타까운 지점이다. 덧붙여, 발단을 제공했으므로 이 모든 사건의 책임을 가해자의 가족이 짊어지는 것은 맞지만, 관계가 없는 사람들까지 이 예기치 못한 사건을 두고 살인을 저질렀다고 비난하는 것은, 정도를 벗어나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으며, 유가족이 바라는 바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사회의 자유와 책임,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에 대한 공론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태동하고 있었다. 마침 발생한 이 애석한 사건을 두고 각자는 각자의 입장에서 격렬한 언사를 행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에는 책임이 필요하지만, 책임을 다 하는 다른 사람들까지 혐오해서는 안 된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고, 과한 비난은 상처만을 낳는다. 다만 더 성숙한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반려견 문화에 올바른 경종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조용히 고인을 애도하는 유가족에게 상처가 될까 두렵다. 아무도 억측하거나 미워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슬퍼할 사람들은 슬퍼하고,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지고, 나머지는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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