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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AI가 괴물이 안 되려면

입력
2017.10.29 14: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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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격할 수밖에 없다. 비명이라도 질러야 사람들의 주의라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직면할 인공지능(AI)의 위험에 대한 경고도 마찬가지다.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재앙’과 ‘멸망’이라는 표현을 썼다. 혁신 경영자로 유명한 미국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인류문명의 근본적 위협’이라거나, ‘3차 대전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경고가 거센 만큼, 반론 또한 극적인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 대표적 AI 낙관론자는 올 들어 머스크와 일련의 논쟁을 벌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다. 그는 “AI가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은 무책임하다”며 “AI는 우리의 삶을 더 좋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AI의 미래에 관한 논의는 양 극단인 ‘멸망’과 ‘도약’ 사이의 중간쯤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진전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현실적 문제들엔 AI의 노동 대체로 인한 인간의 노동소외 문제부터 사회구조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 AI의 미래와 관련해 가장 현실적이고 진지한 논의 중 하나는 ‘AI 윤리(ethics)’다. AI의 존재목적을 ‘인간의 행복과 인류문명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으로 분명히 하고, 그에 맞춰 AI 개발과 적용을 관리하자는 얘기다. 일례로 올해 초 AI 연구를 지원하는 미국 비영리단체 ‘퓨처 오브 라이프 인스티튜트’는 연구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AI 기반 무기경쟁을 피해야 한다’는 등의 23개 원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더 나아가 글로벌 규제기구의 필요성까지 역설하고 있다.

▦ 최근 서울대에서도 AI 미래에 관한 흥미로운 보고가 나왔다. 공대 연구팀이 작성한 ‘미래도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AI의 발전으로 2090년 무렵엔 지금의 ‘1 대 99’ 정도가 아니라 ‘0.003 대 99.997’에 이르는 ‘초양극화 사회’가 등장할 수도 있다. 기술과 플랫폼을 장악한 최고계급과 정치인, 예체능 스타 등을 제외한 나머지 99.997%의 인류는 AI에게 일자리와 역할을 빼앗긴 잉여 하층민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어떤 경우든 AI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 복무토록 한다’는 윤리의 확립과 적용이 시급하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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