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최근 대남 최전방 초소에 벙커를 새로 구축했다. 25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황해북도 개풍군의 한 북한군 초소에서 벙커 출입구와 관측창 등 새로운 대남 경계 시설이 관측됐다(사진 1, 노란 원 안).
약 한 달 전인 9월 15일 해당 초소를 촬영한 두 번째 사진에서는 이 같은 시설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북한군 병사 10여 명이 망루 주변에서 짐을 나르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당시 북한군은 초소 전면에 설치한 위장막 뒤편에서 벙커 구축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작은 변화이긴 하나 과거 10여 년 이상 변화가 거의 보이지 않던 초소(사진 3)에 경계 및 방어를 위한 벙커가 구축된 것이 최근 고조된 한반도 긴장 상태와 관련이 있는지 주목된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얼마 전 북한 당국이 군과 비밀 경찰에 실탄을 지급하는 등 ‘준 전시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과거 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보니 군 초소 외에 개풍군 임한리와 삼달리 마을에서도 일부 변화가 있었다. 촬영 장비의 발달로 과거 흐릿했 던 장면이 뚜렷하게 관측되기도 했다. 시간이 멈춘 듯 평온해 보이는 북한 농촌 마을의 작은 변화들을 정리했다.
#1 피폐해져 가는 주민의 삶
북한 지도부가 핵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주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초망원렌즈를 통해 촬영한 농가의 모습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읽을 수 있다. 2012년 9월 25일 비교적 깨끗했던 농가 지붕이 5년 후인 2017년 9월 15일 사진에선 우거진 수풀과 넝쿨로 온통 뒤덮여 있다. 생활고와 식량난 속에서 주거환경을 정돈할 겨를이 없는 북한 주민의 삶이 엿보인다.
추수철 지붕마다 볏짚과 옥수수대가 빼곡히 널려 있는 모습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급이 부족한 전기나 석유 대신 겨울철 난방과 취사용으로 쓰기 위해서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농촌 주민 대부분이 석유와 전기 대신 볏짚과 옥수수대, 풀대를 취사 및 난방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2 공동 건물은 신축
개인 주거환경이 갈수록 황폐해지는데 반해 회당 등 공동 시설은 관리와 신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10월엔 보이지 않던 회당 건물이 2년 후인 올해 9월 사진에 등장하고 공동 작업용 건물 역시 그 기간 헐고 옮겨 지었다. 당 구호가 내걸린 건물 외벽도 파란색으로 깨끗하게 칠이 되어 곧 허물어질 듯한 민가주택과 대조를 보인다.
#3 수수께끼 같은 ‘층 낮추기’
2006년 4층이던 임한리 탈곡장 뒤편 공동 주택 건물들이 5년 후 2층으로 내려 앉았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올해 9월엔 1층 건물 여러 채가 헐려 있다. 건물 일부를 헐어 층을 낮추는 경우는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드물다. 동, 서쪽 하늘을 향하던 공동 주택의 지붕 경사면이 남쪽 방향으로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추수철 볏짚 말리기 또는 난방과 관련이 있어 보이나 정확한 이유는 파악할 수 없었다. 남한에서 불과 3~4㎞ 떨어진 북한 선전용 마을의 스카이라인 변천사가 수수께끼처럼 아리송하다.
#4 무너진 대전차 방호벽
해상도 높은 촬영장비의 발달 덕분에 마을 곳곳을 과거에 비해 보다 뚜렷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됐다. 농가 지붕 등에서 소형 태양광 패널이 관측되거나 군 초소에 설치된 풍력 발전기도 새롭게 눈에 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활용을 독려하며 전력난 극복을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북한 내 분위기를 알 수 있다(관련기사:전력마저 자급자족… 北 접경마을서 태양광 패널 관측).
개풍군 삼달리와 임한리는 북한의 최전방 마을로 대전차 방호벽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대전차 방호벽은 도로변에 설치해 놓고 유사시 폭파하면 대형 콘크리트 덩어리가 무너지면서 전차의 이동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13일 촬영된 사진을 보면 삼달리 도로 양 옆에 설치된 대전차 방호벽 중 콘크리트 덩어리 3~4개가 사라지고 없다. 9월 15일 사진에서도 임한리 김일성 사적관 앞 길에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무너져 뒹구는 모습이 보인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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